인터넷기록 관리업체가 잊힐 권리에 따른 기록삭제 대행을 넘어 의뢰인의 ‘온라인평판’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온라인평판관리’까지 대행하고 있다. 상식적인 PR 업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비판적인 글이라는 이유로 삭제하거나 차단해 '여론 조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평판관리원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으로 현재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사전에도 등재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온라인평판관리원의 업무는 △인터넷에 떠도는 악성 평판 복구·관리 △개인이나 기업 브랜드의 명성을 모니터링한 후 악성 내용 해결 △평판 관련 의견이나 조기경고 신호를 얻기 위한 의견 청취 등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온라인평판관리업체는 10여 개로 지난해 5개에서 증가했다.

   
▲ 검색포털 네이버에 등록된 '온라인평판관리' 업체. 12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온라인평판관리업체 A사 관계자 ㄱ씨는 지난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온라인에서 잘못 매도되면 사회생활을 못하게 되거나, 기업의 경우 자멸할 수도 있다”며 “CEO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연예인, 전문직도 많이 이용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온라인평판관리업체 B사 관계자 ㄴ씨는 “누구든 자신에 대한 나쁜 평판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감시할 여력이 없으니 (업체가) 대신 온라인 기록을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 밝혔다. ㄴ씨는 하루 평균 10~20건 의뢰가 접수되며 기업관계자가 전체 의뢰의 50% 가량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의뢰 기간은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개월에서 1년 사이다. A사는 가격도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00만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주 소비층이 기업이나 사회 고위층 및 고소득 계층에 편중됐을 거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판관리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스토리제작’이다. ㄱ씨는 “평판관리업체는 의뢰인의 정보에서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도 게시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건방진 소리지만 길 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그 직업에 맞는 유명인으로 만들어라고 하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시물 삭제, 밀어내기, 전선확대 등은 부정적인 여론을 상쇄하는 대책이다. 업체는 악성댓글이나 허위사실 등을 해당 사이트에 직접 삭제 요청한다. 밀어내기는 부정적인 평가가 때 그에 대응해 의뢰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다. ㄱ씨는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예로 들며 “세상엔 원사이드게임은 없다”며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분명 아닌 측면들, 틈새가 있고 그걸 파고들어 여론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선확대는 집중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ㄱ씨는 “까페에 논란이 집중돼있으면 블로그나 뉴스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전선을 확대시켜 (한 곳으로의) 유입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평판관리 서비스를 “까페, 블로그, 이미지, 동영상, 뉴스, 댓글 등 모든 것을 건드는 것”이라며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댓글 하나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댓글 뿐만 아니라 A4 열장 짜리 글을 쓰기도 하고 기사, 칼럼, 보도자료 등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 한 온라인평판관리 전문업체의 웹페이지 캡쳐 사진. 주요 업무로 '기업 위기 관리'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평판관리 서비스를 이처럼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인다. 무원칙적인 글 삭제, 밀어내기 등은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8일 현대엔지니어링의 ‘분식회계 사건’이 보도된 직후 현대엔지니어링 관련 홍보성 기사가 네이버에 33건 쏟아졌다. 밀어내기는 공공연히 이뤄지는 기업의 마케팅기법으로 비판여론 은폐 효과를 낳는다.

관리업체가 소비자의 정당한 불평이나 불만 신고까지 악성댓글이나 허위사실로 삭제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으로는 당사자 신고 만으로 삭제나 블라인드 처리 등의 임시조치가 가능하다. 포털 ‘다음’ 관계자는 “제재를 받은 글에 대해 복구신청이 가능하지만 신고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로 넘어간다”며 “30일 이내에 복구신청을 하지 않으면 해당 게시물은 삭제처리된다”고 밝혔다. 신고 조치는 쉽지만 복구 조치는 까다로워 실제 존재하는 여론이 쉽게 차단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관철하는 사상의 시장은 극대화돼야 바람직하다”면서 “(업체들의 무분별한 관리는) 자유로운 이견의 흐름들을 막고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인권운동단체인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오병일씨도 평판관리 서비스의 주 소비층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기업, 정치인 등의 공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진 공인이 소비자나 시민의 비판을 통제할 수 있게 돼 여론 조작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며 “기업과 공인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오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