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들이 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의 협찬을 받아내 그 중 일부를 비자금 등으로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MBC 관계자로부터 제보받은 내용과 자료에 의하면 MBC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대우증권과 STX,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34억원의 협찬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을 ‘협찬 대행사’로 끼워넣어 수억원의 협찬대행비를 지급했고, 이 돈이 결국 MBC 경영진 등에게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MBC는 2009년 12월 ‘파이팅코리아캠페인’ 협찬금으로 대우증권에게서 8억4150만원을 받았다. 2010년 1월에는 같은 캠페인 협찬금으로 STX로부터 18억7000만원을 받았다. 2월에도 같은 캠페인 협찬금으로 우리은행에게서 6억9505만원을 받았다. 두 달 사이에 ‘파이팅코리아캠페인’ 명목으로 3곳의 기업에게서 34억655만원의 협찬을 받은 것이다. 

대우증권 협찬 건은 2009년 12월24일, STX 건은 2010년 1월29일, 우리은행 건은 2월18일에 각각 이뤄졌고 기안자는 모두 한아무개 광고부장이다. 3건의 ‘파이팅코리아캠페인’ 협찬 가운데 대우증권의 협찬은 ‘대지아이앤디’라는 회사와 ‘CRC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가 협찬대행사였다. STX의 협찬은 ‘대지아이앤디’와 ‘코리아엠네트워크’라는 회사가 ‘협찬대행사’였고, 우리은행의 협찬은 ‘코리아엠네트워크’ 한 곳이 협찬대행사였다. 각 대행사에게 지급되기로 한 ‘협찬대행수수료’는 협찬금의 12%로, 모두 3억9558만원이다. 

   
▲ MBC '파이팅코리아캠페인' 협찬 내역. 출처=최민희 의원실.

최민희 의원실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3건의 ‘파이팅코리아캠페인’ 협찬은 당시 MBC 경영진이 각 기업으로부터 직접 유치한 것으로, 굳이 대행사를 끼워넣어 대행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민희 의원실의 확인 결과 해당 대행업체들은 협찬이나 광고를 대행하는 업무와는 거리가 먼 업체들이었다. 또한 해당 업체들의 경영 상황을 분석해본 결과 협찬 대행사에게 지급된 수수료가 매출에 반영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지아이앤디’라는 기업은 2008년 5월 만들어졌으며 건설·시공·토목·조경 업체다. 이 기업의 주요 사업은 해외건설및부동산관리다. 협찬이나 광고대행업이라는 내용은 법인등기부등본에도 적시돼있지 않다. 또한 이 업체의 2010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 매출은 6615만원, 2010년 매출은 820만원이었다. 

또한 ‘코리아엠네크워크’라는 업체는 법인 자체가 2010년 2월3일에 설립됐다. 이 업체를 ‘대행사’로 진행됐던 STX 협찬건이 MBC 내부에서 기안됐을 때인 2010년 1월29일에는 법인으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대우증권 협찬건에 대행사로 이름을 올린 CRC커뮤니케이션즈라는 업체는 ‘중앙리서치’라고 알려진 리서치 회사로, 역시 협찬이나 광고대행사와는 거리가 멀다. 

   
▲ MBC '파이팅코리아캠페인' 협찬 내부 기안문. 출처=최민희 의원실.

대우증권과 STX, 우리은행 등의 협찬에 대해 최민희 의원실이 입수한 MBC 내부 기안문에는 모두 대행사 담당자로 조아무개 사무국장이라는 인물이 기재돼있다. 조 국장은 3곳의 협찬대행사 중 CRC커뮤니케이션즈(중앙리서치)라는 업체와 직접 연관이 있을 뿐 대지아이앤디와 코리아엠네트워크와는 서류 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안문에는 STX와 우리은행 협찬 건에도 모두 조 국장이 담당으로 이름이 기재돼있다. 

최민희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코리아엠네트워크’가 현재 법인등기부등본 상 등록된 주소지의 오피스텔 건물은 조 국장의 아들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매입 당시 조 국장의 아들은 만 20세였다. 실소유주는 조 국장이고, 따라서 ‘코리아엠네트워크’는 사실상 조 국장의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 국장은 당시 MBC 엄기영 사장이 2011년 4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비서실장을 맡았다. 당시 엄기영 후보 측이 이른바 ‘불법콜센터’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을 당시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고발돼 구속기소됐으며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모습. ⓒ연합뉴스

한편 MBC가 ‘코리아파이팅캠페인’ 협찬을 3곳의 기업으로부터 유치하던 당시는 엄기영 전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던 때다. 

엄기영 전 사장은 2009년 12월7일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의 사표를 방문진에 제출했으나 방문진은 12월10일 엄 전 사장의 사표를 반려했다. 이후 방문진은 12월21일 엄기영 전 사장이 제출한 임원 인선안을 부결시켰고, 이듬해인 2010년 2월8일에는 엄기영 전 사장이 추천한 인물이 아닌 방문진의 뜻대로 임원 선임을 강행했으며 결국 엄기영 전 사장은 MBC 사장직을 사퇴했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방문진의 압박으로 엄기영 사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던 시점에 MBC가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협찬을 유치하면서 조 국장을 이용해 정체불명의 업체들을 협찬대행사로 끼워넣었고, 누군가 수억원대의 협찬대행수수료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최민희 의원은 “MBC 경영진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협찬금을 받아 일부를 빼돌렸다면 이는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에 해당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춰보면 거액의 협찬대행수수료가 어딘가 미심쩍은 곳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사실로 보이는 만큼 방문진과 MBC는 감사를 통해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불법이 있다면 엄정하게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한 “협찬제도의 불투명성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해왔는데 이번 의혹으로 한 단면이 드러났다”며 “방통위는 더욱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민희 의원실의 의혹 제기에 대해 MBC 측은 "내부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부분들에 대해 현재 사실 확인 중이다.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답변할 입장과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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