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규 전 파이낸셜뉴스 이사가 지하철 등에서 배포되는 무료 신문인 메트로신문을 인수하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 광고주협회와의 갈등과 경영난 등의 어려움을 겪은 메트로가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한 이후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장규 전 파이낸셜뉴스 이사는 추석 연휴 직전 파이낸셜뉴스에 사직서를 제출한 후 30일자로 메트로신문 대표이사 겸 편집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이사는 경제지에 오래 몸담아온 인물이다. 1990년 서울경제신문에 입사해 2001년 파이낸셜뉴스로 옮긴 후 증권금융부 차장·금융부장·증권부장·산업부장 등을 거쳐 2013년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기획·영업전략본부장(이사)직을 맡았다. 

메트로는 무료 신문 시장의 축소와 언론 환경 변화 등의 여파로 경영이 악화일로를 걷기도 했다. 메트로의 매출액은 2011년 389억5000만원에서 2014년 52억7800만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역시 2011년 22억4800만원에서 2013년에는 –37억620만원, 2014년 –42억2129만원 등 큰 폭으로 하락했다. 

   
▲ 1일자 메트로신문 1면 지면 갈무리.

경영악화 이후 남궁호 회장은 메트로를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초부터 메트로가 한국광고주협회와 대기업 등과 긴장관계를 이루면서 광고 영업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지난 7월 광고주협회가 발표한 ‘2015 유사언론 행위 피해실태’에 따르면 전체 100개 기업 홍보담당자들은 유사언론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매체로 메트로를 가장 많이(33%) 꼽았다. 

당시 조사결과는 유사언론행위를 하는 192개 언론사 중 메트로만 문제의 언론사로 공개했다. 미디어오늘이 당시 입수한 상위 20개 유사언론 행위 매체 중 ‘메이저’로 불리는 언론사들은 모두 제외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관련기사=광고주협회 '나쁜언론' 리스트 '일파만파'>

지난 1월 메트로는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병역문제 의혹을 무려 15건의 기사로 집중적으로 다루며 현대차그룹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메트로 측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현대차그룹이 광고주협회와 손잡고 메트로 광고집행을 거부하며 언론탄압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메트로는 한화와 CJ 등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가 포털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동관아, 태양은 꽝이냐’는 기사를 통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상무가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이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달 26일자 신문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경영 복귀 대신 건강관리에 전념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관련기사=마지막 남은 무가지, 재벌과 전쟁 벌이는 이유는>

메트로는 삼성그룹과도 갈등을 빚었다. 메트로는 지난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계획안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강세준 편집국장을 경질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지난 7월 강 국장이 삼성그룹 광고담당 부사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강 편집국장은 이장규 대표이사가 메트로 대표이사로 들어오기 전 25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 전 편집국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이사가 메트로에 온다고 알려진 직후 (메트로를) 그만둘 것을 요청받았고, 25일자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이사의 선임과 강 전 편집국장의 교체 등의 움직임으로 광고주협회와 일부 기업 등과의 긴장 구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나 삼성, 광고주협회 등과 긴장 관계에 놓여있었는데 다소 친기업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인물이 대표이사로 오면서 일부 구성원들은 ‘적군에게 항복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이사 체제에서 메트로는 종합지에서 경제분야로의 집중과 종이신문 발행에서의 적자를 보충하려 종이신문 발행을 축소하는 변화 등을 겪지 않겠냐”며 “기업과의 긴장관계에 놓인 메트로의 광고 수익을 회복하는 것이 이 대표이사의 몫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장규 메트로 대표이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메트로가 여러 상황들이 겹치면서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분야가 아니더라도 메트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며 콘텐츠 보강부터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여전히 지하철역 근처에서는 종이로 발행되는 메트로도 많이 읽힌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콘텐츠도 강화하겠지만 종이 신문도 계속 발행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장규 메트로 대표이사가 매체를 인수한 자금에 대해 기업 쪽 자금이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장규 대표이사는 "인수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현재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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