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요리가 아니라 요령을 가르치는 쿡방사회
백종원, 요리가 아니라 요령을 가르치는 쿡방사회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몇초만에 상대방 마음을 뺏는 경쟁의 산물

싫증이난다, 피로증이 날 지경이라는 말이 여전 하지만, 먹방이나 쿡방에 관한 프로그램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요리프로들이 기존 먹방과 다른 점은 참여 요리다. 말그대로 요리를 해볼 뿐더러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단지 맛집을 소개하거나 먹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 큰 특징은 요리하는 사람 즉 요리사를 부각한다는 점이다. 요리사를 캐릭터로 삼거나 셀레브리티로 만들어 흥행 몰이에 나선다. 이런 요리사 혹은 쉐프 캐릭터는 단지 유명인이라는 셀레브리티의 인지도를 통해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뭔가 마음의 짐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그 마음의 짐은 그동안 많은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던 요리나 음식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어 주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얻는다.

수많은 쿡방 프로그의 요리사 가운데 단연 화제의 인물에는 백종원을 꼽을 수 있다. 백종원의 인기는 그가 대중적인 매력을 지닌 요리사 캐릭터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사회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 지도 단적으로 알 수가 있다.

우선 백종원의 인기는 여러 측면에서 분석되어 왔다. 그의 소박하고 친화적인 태도를 꼽기도 하고, 그의 일상친화적인 음식 노하우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평가도 있다. 요리전문가의 권위적인 모습이나 서구적 쉐프의 미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선을 보이는 요리는 궁중음식이나 호텔요리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쉐프 캐릭터들도 일상적인 요리들, 아니 음식을 들고 나왔지만 약간 균형이 맞지 않아 보였다. 편육을 오렌지 소스에 찍어먹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집밥 백선생이라는 호칭은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또한 다른 쉐프들은 자신의 요리를 자랑하는 차원이라면 백종원은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학교 선생님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그것은 젊은 쉐프들이 좀 넘을 수 없는 다종한 음식 분야의 노하우를 가르치는 듯 싶었다.
백종원의 인기를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만든다는 점에서 피로증의 해소를 언급할 수도 있다. 그는 친환경 유기농, 웰빙, 힐링 속에 있던 음식과 요리를 해방시켰다. 그동안 이런 친환경 유기농, 웰빙, 힐링, 약식동원과 같은 논리들은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런 걸 하나하나 따져야 했고 염려증을 낳았다. 특히, 수많은 상술들이 이러한 담론들을 상품화 했다. 이때문에 일상에서 음식과 요리를 멀어지게 했다. 요리는 식재료 부터 친환경 유기농에 의학적 효과가 있는 식재료를 구입하고 이것을 최고의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들은 부담감만 더 커지게 했다.

   
마이리틀텔레비전 백종원 편. MBC 방송 화면 갈무리
 

하지만 백종원은 이러한 측면을 일시에 해소시켰다. 그는 평소에 꺼릴 수 있는 조미료에 대해 과감하게 넣으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은 충격적인 행위였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다른 요리사들은 절대 하지 않는 행위이지만, 오히려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시원하게 느꼈는지 모른다. 특히 설탕이 그러했다. 이미 일상에서 우리는 설탕을 알게 모르게 많이 먹고 있음에도 요리 프로에서는 이를 은폐한다. 과연 저렇게 만들면 맛이 있을까 싶지만 몸에 좋다는 생각에 저항할 뜻을 버린다. 이를 실제로 따라 했을 경우, 만족 스러운 결과를 얻긴 힘들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도 말이다. 더구나 맛도 썩 그렇게 훌륭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들을 날려버리고 만족 시켜주는 요리를 들고 나온 이가 백종원이었다. 그렇다면 백종원의 요리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에 대한 호평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새삼 인기요인을 나열하는 것은 사족에 불과할 것이다.

백종원은 요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요령을 가르친다.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으로 맛을 내는 방법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백종원식 요령법은 김밥에서 단무지의 황색 색소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는다. 김밥에 단골로 들어가는 햄에 들어간 첨가물을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는다. 물론 김밥을 싸는 김에 세척제를 사용하는지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를 더 화제가 되도록 만들었던 설탕도 마찬가지다. 흑설탕 백설탕 구분을 하지도 않고, 조총과 같은 대체 감미료에 대한 고민은 전혀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오로지 백종원식 요리의 목적인 맛을 내는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참 논란이 되었던, 천일염이 옳은지 정제염이 나은 지 고민할 바가 아닌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한국인들은 공부의 진정한 의미보다는 요령을 배운다. 문제를 풀어 좋은 점수를 얻는 요령을 배운다. 학원에 다니는 것은 바로 이런 요령을 배우기 위해서다. 과외를 받는 것도 근원적인 공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시험점수를 잘 울리는 요령을 배우려는 것이다. 영어자격증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무조건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요령을 잊혀야 한다.  물론 영문학을 아는 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입시나 공시, 사시 등등 많은 시험을 보는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요령이다. 요령으로 시험에 익숙한 이들은 당장에 두각을 나타낸다. 심지어 천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창의적인 모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알려준 그 요령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결국 더이상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백종원식 요령의 음식 조리는 이러한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당장에 초간단 방법을 통해 맛을 내고 생색을 내기에 알맞춤이다. 요리의 기술이나 숙련됨이 없어도 가능한 요령의 음식조리는 마치 상대방에게서 점수를 따려는 조리행위같다. 몇초만에 상대방의 마음을 뺏는 경쟁. 이런 조리 방식에서는 요리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철학과 정신, 문화적 의미 그리고 창조적인 모색은 부차적이고 당장에 요령을 통해 그럴듯하게 욕구를 채우는 방식을 상품화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오랫동안 요식업계에 종사해온 백종원의 노하우다. 그 노하우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생리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러한 요령의 음식 조리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은 외식 문화의 비즈니스 상품화 레시피에 아주 길들여져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요령은 언제든 미디어를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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