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소송에서 또 졌다. 파업 참가자와 회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던 기자와 PD에 대해 무더기 징계와 해고를 남발했던 MBC에 법원이 연달아 제동을 걸며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에서 열린 권성민 PD의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도 법원은 MBC의 해고·징계·전보조치가 모두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지난 1월21일 MBC가 권 PD를 해고처분한 것에 대해 “사측의 해고 징계 사유는 인정할 수 없고 부당하다”며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1월 권 PD가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만화가 미디어오늘 등 언론사에 노출된 상황이 취업규칙 제3조(준수의무)와 제4조(품위유지) 등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공정성과 품격유지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MBC는 당시 “권 PD는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며 “SNS는 공개적인 대외활동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고,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회사 외부에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관련기사 : MBC, 페북에 회사 불평 만화 그렸다고 PD 해고)

   
권성민 MBC 예능PD가 직접 그린 만화 '예능국 이야기'의 한 장면. ⓒ권성민
 

권 PD는 징계해고를 당하기 전에도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해 개인적 사과를 담은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날 법원은 권 PD가 MBC의 정직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도 권 PD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권 PD에 대한 징계 사유는 일부 인정되나, 정직 6개월 징계는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며 “MBC는 권 PD에게 정직 기간 받지 못한 급여 일부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MBC가 권 PD의 정직 기간이 끝난 후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조치한 것에 대해서도 “전보 발령은 권 PD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전보로 인한 권 PD의 불이익이 크고 사측이 신의 성실의 원칙상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권 PD에 대한 해고와 정직, 전보발령을 모두 무효라고 한 1심 법원의 이 같은 선고 결과에 대해 MBC 사측은 곧바로 항소 입장을 밝혔다. 

1심 판결 직후 MBC는 공식입장을 내어 “MBC는 이날 내려진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것이 계기가 돼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구성원의 업무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회사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행위가 재발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수많은 사업장에 미칠 사회적 악영향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시 한 번 상급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MBC는 권 PD의 해고에 대해서도 “시청자에 대한 봉사 정신과 불편부당한 공정성을 배우고 익혀야 할 방송사 직원이었던 권성민이 오히려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정당하다는 미성숙함과 오만에 빠져 상대가 누구든 닥치는 대로 비난하고 모욕을 줬다”며 “기형으로 난 떡잎은 잘라내야 잡초로 자라지 않고, 피를 뽑아줘야 벼가 잘 자라듯 자성의 기회를 줬음에도 반복적인 해사 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관련 사규와 절차에 따라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권성민 MBC 예능PD. 사진=김도연 기자
 

반면 MBC 노동조합은 사측이야말로 위법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조능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MBC가 그동안 너무도 하찮은 이유로 수많은 징계 해고를 일삼았는데 권 PD가 그런 상황에서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고 외부에 발표한 것은 대단한 용기이고 방송인에게 귀감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상식적인 법원의 판결로 (이런 점이) 또다시 인정받아 기쁘고, 권 PD가 후배지만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이어 “방송을 제대로 해달라고 국민에게 말 한마디 했다고 정직 6개월 매기고, PD를 비제작부서 부당전보 후 만화를 그렸다고 해고하는 등 지금이 일제시대, 전두환 시대도 아니고 뭐냐”며 “이 위법 판결을 대법원으로 끌고 갈 게 뻔한데 젊은 PD의 방송에 대한 열망을 꺾지 말고 받아줬으면 좋겠다. 위법행위를 자행한 안광한 사장과 수하들은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PD는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오는 25일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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