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유기고가 시절, 직접 경험한 검찰청의 풍경. 나는 사이비 언론의 행태를 고발하는 기사를 월간조선에 기고했다가 지역주재기자 5명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연대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검찰청에 조사받으러 갔던 첫째 날.

해당 검사는 나를 보자 대뜸 화를 내며 “김창룡씨, 왜 이따위 글을 씁니까”라며 그 잡지를 자신의 책상에 집어던졌다. 조사 받으러 간 나는 어느새 ‘범죄자’ 신세가 돼있었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도전에 이미 낭패감에 빠져있었다. 나의 해명을 듣기싫다는 듯 그는 그냥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그날 참담한 심정으로 조사를 받고나온 뒤 내가 느낀 것은 이런 식으로 조사받다가는 내가 나이 어린 검사와 다투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과거 검찰청 출입기자 시절 몇 번 안면이 있는 그러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나서 간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잘못이 있으면 벌을 받겠습니다. 유죄를 무죄로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낭패감을 주는 검사의 태도에 나는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고 있어요. 나는 아직 범죄자가 아니니 당당하게 조사받게 해주세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전화 해놓겠습니다.”

나의 장황한 말에 그의 답변은 너무 간단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다시 소환, 조사를 받게 된 둘째 날.

해당 검사의 태도는 놀라운 정도로 달라져있었다. 우선 나에 대한 호칭부터 달랐다. “김창룡씨”에서 “김 박사님”으로 격상시켰다. 목소리와 태도는 더 달라져있었다.

“김 박사님께서 앞으로도 이런 글을 더 자주 써주셔야 합니다. 저희들이 수사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나는 돌변한 검사의 태도에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선배 검사의 전화 한통의 위력을 체험하는 귀한 경험이었다. 법조계 선배의 전화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모든 정의와 법에 우선하는 듯했다. 새로운 세계에는 새로운 질서가 있다는 생경한 경험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결론은 한국에서는 정의가 따로없고 ‘힘있는 자’가 정의가 되고 진리가 되는 세상이라는 것.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8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포커스뉴스
 

지금 언론에서는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 하다가 대한변협에 징계가 청구됐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논란이 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모씨의 마약 사건을 변호한 것도 들통났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막강한 전관 출신들이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화 변론'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최 변호사는 7건의 선임계를 누락했다는 의혹 가운데 특히 '봐주기 논란'이 제기된 '마약 사위' 사건을 맡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언론의 의혹제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검장급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변호사가 마약사범의 변호를 맡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김 대표 사위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에 대해 ‘특별한 재판’ ‘이례적이다’ 등으로 법조계의 불편한 시선을 전했다.

김 대표도 몰래 변론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최 변호사도 ‘몰랐다’ ‘그런 것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언론에서도 이를 계속 문제시하는 것도 해명과 현실이 따로 놀아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마약 사위 문제로 코너에 몰린 김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들이 가만 두지않을 것 같다. 그런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아마 올해를 넘기기 전에 그는 용도폐기될지도 모른다.

언론이 진실로 힘을 모아야 할 부분은 법조계 정화다. 전관들이 몰래 변론, 몰래 전화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게 하는 현재의 법조 시스템을 고치지않으면 우리나라 사법부 신뢰도는 앞으로도 경제선진국(OECD)들 중 꼴지 수준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첫째, 몰래 변론을 적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해당 검사, 판사들이 몰래 변론을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게 하는 시스템은 ‘정의의 수호자’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심각성을 공유해야 한다. 몰래 변론, 전화 변론을 검사나 판사가 변협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몰래 변론이 드러나 징계를 받는다 하더라도 있으나마나한 솜방망이 처벌은 안된다. 몰래 변론하다 들키면 과태료 최대 1000만원이라는 징계가 전부라고 한다. 몰래 변론은 수억, 수십억을 호가하는데 어쩌다 들키더라도 최대 1000만원의 징계라니… 머리좋다는 검사, 판사, 변호사들이 만든 규정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형사처벌 대상에게 고작 과태료 부과 정도에 그치니 이들의 천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협에서 보다 투명한 신고제도, 처벌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변호사들의 이익집단이기는 하지만 그 처벌권도 함께 갖고 있는만큼 변협이 자체정화와 국가 정의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는 변협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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