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화 MBC 보도국장이 MBC노동조합에서 발행한 ‘민실위보고서’를 훼손하는 등 노조 탄압을 자행하고도 되레 노조 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노조는 최 국장을 노동조합법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와 형법상 재물손괴죄 등으로 법적 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MBC노보에 따르면 최 국장은 지난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조능희 본부장)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가 발행한 보고서를 뭉치 째 찢어 보도국 쓰레기통에 버렸다. 보도국 내 유인물 배포용 테이블이 민실위보고서를 올려놓는 공간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MBC노조 민실위 관계자는 이날 민실위보고서 수십 부를 보도국 내 테이블에 비치했다. 해당 테이블은 보도국 입구 근처 통로에 위치해 평소에도 유인물을 올려놓던 공간으로, 민실위는 예전부터 이곳에 민실위보고서 등을 비치해 왔다. 여기엔 민실위보고서뿐만 아니라 사측이 낸 ‘MBC 특보’와 ‘방송기자저널’ 등 소식지도 놓여 있다.

최 국장은 이 같은 민실위보고서 훼손과 관련해 지난 16일 민실위 관계자에게 “민실위보고서를 찢은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사전에 허락도 안 받고 갖다 놨고 누가 갖다 놨는지도 몰랐다”며 “(민실위보고서는) 우리 뉴스의 문제점만 지적한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민실위가 발행한 보고서가 보도국 내 유인물 배포용 테이블 위에 비치된 모습. 여기엔 민실위보고서뿐만 아니라 사측이 낸 ‘MBC 특보’와 ‘방송기자저널’ 등 소식지도 놓여 있다. 사진=MBC노조 제공.
 

MBC노조는 “최 국장은 보도국 내에 민실위보고서를 비치하지 말라고도 지시해, 보고서를 올려놓다 발각되면 징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며 “그는 지난 9일 편집회의에서 보직 부장은 물론 보도국 평기자들에게도 민실위 취재에 절대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국장은 지난 17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서도 민실위의 활동은 보도국 구성원에 대한 업무방해라며 징계와 형법 적용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국장은 “민실위가 MBC 뉴스를 심각하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뉴스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보고서를 내는 것은 자유이나, 공정성 판단 기준 권한이 민실위에 있다는 어떤 근거도 규정도 없는데 수시로 사후 검열이라는 월권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보도국 구성원에게 언론노조 MBC 민실위의 보도 내용 추궁에 대해 응하지 말라고 한 것은 노조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할 보도가 사후 검열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이어 “뉴스의 공정성 기준을 자의적으로 세우고 판단해 민실위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후 검열하는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라며 “근로시간 중인 보도국 구성원들에 대한 업무방해는 징계 대상이자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세월호 보도 참사’를 현장조사하기 위해 상암동 MBC 사옥을 방문했지만, 직원과 청경들의 저지로 사옥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현미 세월호 특위 야당 측 간사(오른쪽)가 최기화 당시 MBC 기획실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에 대해 MBC노조는 최 국장의 민실위보고서 훼손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된 ‘조합의 운영에 지배 개입하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고용노동부에 고소를 준비 중이다. 게다가 민실위보고서는 노조가 발행하는 신문이자 재산이어서 이를 통째로 훼손하는 건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 고발도 검토 중이다. 

노조가 최 국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할 경우 그의 사용자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사업주나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로 규정하고 있어, 여기에 해당하는 사용자는 모두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앞서 지난 2005년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홍보물 게시 공간으로 관행적으로 사용해 오던 교무실 칠판에 부착한 홍보물을 학교 측이 임의로 제거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이 났다.

당시 중노위는 “전교조 분회를 비롯해 각종 단체나 모임에서 단체협약 체결 이전부터 교무실 칠판을 홍보물 게시 공간으로 활용해 온 점 등으로 미루어 학교 측이 이를 묵시적으로 인정해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다른 단체의 홍보물 게시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아니한 채 분회가 부착한 홍보물에 대해서만 강제로 철거한 것은 교감직무대리가 노조활동을 혐오해 분회의 활동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행한 부당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