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보도담당사장이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도 아날로그적 가치를 잃어서는 안된다”며 “아날로그 감성으로 채워진 디지털 뉴스룸”을 강조했다. 모바일 전략 등은 고민하겠지만 저널리즘의 가치는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JTBC뉴스가 ‘지루하다’는 평이 있지만 이에 대해 손 사장은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해야한다”고 밝혔다. 

손석희 사장은 9월21일 오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중앙 50년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뉴스룸의 변화(The Changes in Newsroon)’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디지털 시대의 뉴스가 나아갈 길에 대해 “아날로그적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사장은 아날로그적 가치로는 JTBC뉴스가 표방하고 있는 사실, 이해관계에서의 공정, 가치관에서의 균형, 품위를 꼽았다. 

손 사장은 특히 품위에 대해 “미디어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모든 기사에는 충격, 알고보니, 결국 이라는 제목이 달린다”며 “그것이 저널리즘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JTBC 뉴스룸은 품위만큼은 지키자.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 21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중앙50년 미디어컨퍼런스에서 손석희 JTBC 보도담당사장이 강연에 나선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그러면서 손 사장은 ‘아젠다 키핑’도 강조했는데, 모든 정보가 빠르게 소비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사가 해야할 일은 많은 정보 가운데서 중요한 정보를 고르고 이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JTBC는 200일 동안 세월호 참사를 메인뉴스에서 다뤘고 4대강 역시 반년 가까이 보도했다. 손 사장에 따르면 모두 ‘아젠다 키핑’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손 사장은 아젠다 키핑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 ‘소비자’를 꼽았다. 초기에 뉴스 소비자들은 단순히 ‘뉴스를 보는 존재(Viewer) 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정보를 제공하는 존재(Sender)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지면 시청자(독자)들은 이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네트워킹을 하게 된다”며 “이것이 JTBC뉴스룸이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사장. 사진=ⓒ중앙일보
 

때문에 JTBC 뉴스가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때로는 지루하다는 인식도 있어서 반성하고 있다. 물론 손해보는 상황도 발생한다. 시장에서 손해는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것은 아젠다 키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빨리 바뀐다고 해도 저널리즘이 미래적 가치로 지켜야 할 것이 아젠다 키핑”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의 이런 인식은 ‘로봇 저널리즘’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로봇 저널리즘은 특정 알고리즘이 주어진 정보를 해석해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해내는 것을 말한다. 한 참석자가 로봇저널리즘에 대해 묻자 손 사장은 “로봇이 기사를 못 쓰게 하겠다”며 “로봇이 기사를 쓴다는 것은 기사가 정형화돼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정형화되지 않은 기사를 써야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손 사장은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맞는 뉴스 포맷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사장에 따르면 JTBC가 포털에 뉴스를 중계하는 것도 이 같은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그는 “(당시) 신생 채널의 절박함도 있었지만 하나의 진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존 플랫폼을 허물고 다른 플랫폼으로 갈때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모바일에서의 뉴스 소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흔들리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의 특징을 고민해야 한다”며 “아주 사소한 것으로는 자막을 키우는 방법 등이 있다. 또 젊은 세대들은 데이터 비용 때문에 동영상을 오래 보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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