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야당편향 논란’은 철저히 기획된 논란이다. 시작은 허술한 보고서였다. 보고서를 근거로 김무성 대표가 포문을 열었고 미방위, 교문위, 정무위 등 국정감사 곳곳에서 포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검증해야 할 언론이 ‘여당 확성기’를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확대재생산

‘포털 편향 논란’이 만들어진 데는 보수언론의 기여가 컸다. 새누리당의 주장을 받아 써 여론을 형성하고, 다시 새누리당이 포털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은 조중동의 ‘따옴표(쿼트) 저널리즘’이 여실히 드러낸다. 지난 4일 포털이 야당에 편향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이 서강대 최형우 교수에게 의뢰해 만든 것인데, 조선과 동아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 제목에 반영했다. 조선일보는‘“네이버, 다음 여당에 부정적 기사 훨씬 많이 올려”’를, 동아일보는 ‘여 “네이버-다음 정치편향”... 대표 국감증인 채택”’을 보도했다. 

며칠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포문을 열었고, 조중동은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받아 썼다. 조선일보는 6일 ‘김무성 “포털의 왜곡된 정보제공은 잘못... 시정돼야”’를, 중앙일보는 8일 ‘새누리 “포털이 뉴스 유통 왜곡... 기사 고르고 제목 바꿔”’를, 9일 ‘김무성 “포털 뉴스, 신세대 호도” 여당에 개혁 총동원령’을 내보냈다.

지난 17일 조중동은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원이 주최한 포털 토론회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김무성 대표의 ‘악마의 편집’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김무성 “포털들 ‘악마의 편집’통해 진실 왜곡시켜”’(조선일보), ‘여 “포털, 악마의 편집을 통해 진실 왜곡”’(동아일보), ‘김무성 “포털 악마의 편집이 과장, 왜곡된 기사 재생산”’(중앙일보) 등이다. 포털이 야당에 유리한 기사를 더 많이 메인에 배치한다는 내용의 서강대 보고서를 근거로 ‘악마의 편집’이라고 한 것이다. 

   
▲ 지난 17일 조중동은 일제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을 기사화해 포털 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발언의 근거가 된 보고서는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술한 보고서 ‘검증’은 없다?

그러나 조중동이 확대재생산한 새누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포털편향 논란의 발단이 된 최형우 교수의 보고서 내용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관련사안을 여러차례 보도하면서 보고서의 내용을 검증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네이버와 카카오는 편향됐다, 무려 2%나”)

되레 주요 사실을 누락한 언론도 있다. 동아는 지난 4일 포털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 의뢰한 보고서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MBC는 지난 4일 보도에서 여의도연구원을 언급했지만 여의도연구원이 새누리당 산하기관이라는 사실을 빼먹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분석 주체를 ‘서강대 최형우 교수 연구팀과 여의도 연구원’이라고만 밝혔을 뿐 보고서가 새누리당 측의 발주로 진행된 조사란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조중동과 이들 신문이 겸영하는 종합편성채널 중 JTBC가 유일하게 검증을 시도했다. JTBC ‘뉴스룸’은 8일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보고서의 △정부여당 대 야당 구도의 적절성 문제 △기사의 자의적인 판단 가능성 △포털 기사성향 분석을 위해 언론이 생산한 기사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사실 등을 지적했다.

지상파는 이 사안을 주로 여야의 대립구도로 다뤘다. 기계적 중립의 기사를 통해 여야 간 공방을 벌이는 논란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일방적 주장을 전달하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적극적으로 검증하지도 않은 점은 문제다. SBS는 메인뉴스가 아닌 SNS계정인 스브스뉴스를 통해 “보고서는 연구의 기본인 개념정의조차 안 됐고 조사방법이 허술한데다 데이터 분석이 객관적이지 않다”면서 “신뢰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 국정감사 도중 네이버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어올린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허위사실에 왜곡된 보도자료도 받아 써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왜곡된 주장이 쏟아졌지만 조중동은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일 “포털이 제목 편집까지 하는 등 사실상의 언론 행위를 한다”고 발언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포털은 기사 제목을 수정할 수 없다. 양대 포털에 따르면 글자 수가 화면을 넘칠 경우를 제외하고 제목을 수정할 수 없으며, 제목을 수정할 때는 최대한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8일 ‘새누리 “포털이 뉴스 유통 왜곡... 기사 고르고 제목 바꿔”’기사에서 이재영 의원의 주장을 받아 썼다. 지난 17일 정무위 국감에서 이재영 의원은 ‘미즈넷’을 언급하며 포털이 임의로 기사제목을 바꾼다고 지적했으나 ‘미즈넷’은 언론이 아닌 커뮤니티다. 동아일보는 해당 사안을 보도하면서 이 의원이 헛다리를 짚은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포털 제목 바꾸기 논란’으로 뭉뚱그렸다.

동아일보는 12일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포털 등 인터넷매체 언론중재 신청 5271건’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 역시 왜곡이다. 기사는 “3년간 전체 2만5544건의 언론중재위 조정 건수 중 포털과 인터넷 매체의 뉴스서비스에 의한 피해 관련 조정 청구 건수는 5271건으로 전체의 20.6%”라며 포털보도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포털 등 인터넷매체’는 포털 외에도 방송사닷컴의 뉴스서비스를 포함하는데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포털에 대한 언론중재신청 건수가 많은 것처럼 둔갑한 것이다.

(관련기사: 새누리당의 포털 공격, 331건이 5217건이 되는 마법)

‘포털 때리기 수혜자’들의 팀워크

‘포털 때리기’를 위한 정부여당과 언론의 ‘협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조중동과 지상파, 연합뉴스 등은 ‘사이비언론 프레임’을 내세우며 군소언론과 포털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사이비언론 신고란’을 만들기도 했다.

(관련기사: 포털은 동네북? 두들기면 뭐가 나올까)

   
▲ 지난해 3월29일 TV조선의 보도. 당시에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고, 언론은 확성기를 자처했다.
 

지난해 3월 새누리당이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3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네이버에서 여당 기사보다 야당 기사가 많다며 선거법 위반 조사의뢰를 한 적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를 보도하며 포털 때리기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당시 야권이 통합을 추진하던 때여서 관련 기사가 많은 것으로 밝혀져 선관위는 신고를 기각했다. 의혹제기를 기사화했던 조선은 기각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았다. 앞서 2006년 여의도연구소(여의도연구원)가 포털뉴스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한 보고서를 내놓을 때 매일경제는 ‘신문기사 제목, 포털에선 제멋대로’를 통해 한나라당(새누리당)의 포털 때리기에 힘을 싣기도 했다.

여당과 보수언론이 사이비언론 문제, 기사 배치의 야당편향성 등 문제를 제기하며 매번 포털 때리기에 나서는 까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털을 때리려면 최소한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게 먼저다. 검증과 사실확인 없이 기사를 써 이슈를 확대재생산하는 일이야말로 악마의 편집이다. 더욱이 포털의 뉴스편집 문제는 미디어오늘이 여러차례 보도했듯 ‘기계적 중립기사’를 통해 이슈를 희석시키고 정당한 의혹제기를 뭉개는 행태이지 야당 편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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