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새누리당, 주 60시간 노동 밀어붙인다
내친 김에… 새누리당, 주 60시간 노동 밀어붙인다
[분석] 노사정합의문에 없는 기간제·파견근로 확대 등 발의… "탈법적 재계 요구 그대로 수용" 비판

노사정합의의 후속조치로 새누리당이 ‘노동시장 선진화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선진화법’에 노사정합의문에 나오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여당이 노동개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16일 오전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노동시장 관련 5개 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당론 발의했다. 9월 13일 이루어진 노사정합의의 후속 절차로, 정부의 노동개혁에 발 맞춰 이를 입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6일 현안 브리핑에서 “노동선진화 입법은 청년세대와 비정규직 등 우리 사회의 약자를 위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통상임금 개념을 명확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출퇴근시 사고 등 산업재해 범위를 넓히는 산재보험법 개정안 ▷기간제, 파견근로자 사용을 제한하는 기간제 근로법 및 파견근로자법을 ‘노동시장 선진화법’이라 설명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 5법 발의' 당론 발의를 위한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새누리당의 5대 법안에는 노사정합의안을 충실히 반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에 대하여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키로 한 임금’으로 정의하고 이에 제외되는 금품은 시행령으로 명시하기로 했는데, 이는 노사정합의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노동시간 단축? 60시간 노동 허용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그러나 새누리당의 5대 법안에는 노사정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첫 번째는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내용이다. 노사정합의문에는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시점부터 특별연장근로(52+α)를 허용하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이 모두 완료되는 시점부터 일몰을 전제로 4년간 허용한 후, 특별연장근로제도의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사 합의 시 휴일에 한해 1주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2023년까지)”고 규정한다. 노사합의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의미한다. 노사정합의문에 ‘52시간+α’ ‘지속 여부 재검토’ 등으로 규정됐던 특별연장근로가 새누리당 법안에는 ‘1주 8시간’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16일 발행한 ‘이슈페이퍼’에서 “현행 연장노동 포함 52시간 체제를 최대 60시간(52시간+8시간) 체제로 2023년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라며 “탈법적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려는 재계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특별연장노동이 노사합의를 조건으로 허용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11%에 불과하고 특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거의 조직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노사합의’라는 단서조항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노동개혁의 목표 중 하나였던 ‘노동시간 단축’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청년‧저임금‧단기고용 노동자 문턱 높였다

실업급여에 대해 규정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도 문제가 있다. 노사정합의문에는 “실직자의 생활안정 지원 강화 및 재취업촉진을 위하여 실업급여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 연장, 수준 인상, 대상 확대 등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나와 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이러한 노사정합의문을 구체화시켰다.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지급기간을 90일~240일에서 120일~270일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 사업장에서 동일하게 일하는 65세 이상 노동자는 수급사업주가 변경되더라도 실업급여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또한 ‘실업급여제도 운영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구직급여 기여요건을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에서 이직 전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으로,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조정한다. 

재취업 촉진을 위해 실업인정 기준을 강화하고 반복수급을 제재한다는 내용도 있다. 90일 이상 미취업자, 5년 이내 3회 이상 반복수급자에 대해 실업인정 주기를 단축하고 반복수급자가 훈련지시 등을 거부하면 구직급여를 최고 30% 감액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제도 변화가 실업급여의 문턱을 높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 우선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 90%에서 80%로 삭감했다. 2012년 기준으로 하한액 적용 노동자는 63.6%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하한액 적용대상이 74.1%에 달한다. 청년층, 저임금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사실상 삭감한다는 뜻이다.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은 일하고 싶다!' 책자를 들어보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CBS 노컷뉴스
 

또한 구직급여 기여요건을 180일에서 270일로 늘리는 것도 문제다. 민주노총은 “단기고용 노동자의 실업급여 지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단기고용이 양산되는 고용구조의 현실을 외면하고 이를 도덕적 해이로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실업인정 기준을 강화하고 반복수급을 제재하는 것 역시 단기고용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2014년 고용보험 평가센터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산업별 반복 수급자 비중에서 농림어업, 건설업,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종사 노동자들의 반복 수급 지중이 높다. 민주노총은 “농업, 건설, 공공기관의 외주화 일자리가 한시적으로 일자리가 제공되는 특성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반복수급을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면서 농업, 건설업, 공공기관 하청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7일 16차 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법안은) 실업급여의 수준을 조금 높이는 대신,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요건을 크게 강화시켰다. 조삼모사와 다르지 않다”며 “정작 실업급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청년 알바와 단기 계약직 노동자는 자격상실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노사정합의문 없는 기간제‧파견근로 확대 명시했다

노사정합의문에도 없는 기간제‧파견근로 확대를 명시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노사정은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에 대해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의결시 반영토록 한다”고만 규정했다. 논의를 추후로 미룬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법 개정안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은 생명‧안전에 관한 핵심업무에 기간제 및 파견근로 사용을 제한했다는 점을 주로 홍보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총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있다. 35세 이상 노동자가 직접 연장을 신청할 경우 기존 2년에서 기간제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날 수 있고, 기간 만료 후 사용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직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쪼개기 계약’을 막는다는 이유로 2년 범위 내 3회 이상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할 수 없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러나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은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 기존 기간제 노동자들이 2년을 앞두고 해고됐다면 이제 4년을 앞두고 해고될 처지가 된다는 것. 이직수당을 지급하면 무기계약직 전환 의무를 저버릴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2년 범위 내 3회 이내로 근로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한 것 역시 2년 내 세 번의 해고 권한을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사정위 합의를 규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내용이 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및 파견 급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고령자 파견을 허용하고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파견을 허용하며, 뿌리산업(금형, 주조, 용접 등 6개 업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안대로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전문직에 대해 파견을 전면 허용할 경우 약 741만 명,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새롭게 파견노동 대상에 추가된다. 뿌리산업, 즉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공정에서 파견을 허용하는 것도 문제다. 민주노총은 “이 6개 공정은 자동차‧조선‧기계금속 등 제조업 주요 업종의 대부분 공정에 걸쳐 있다. 사실상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노사정합의를 주도한 한국노총조차 새누리당의 5대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6일 성명을 통해 “노사정합의문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새누리당의 노동관련 당론 법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앞으로 논의할 사안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법안을 발의했으니 앞으로 더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고, 야당과도 조율할 것이므로 발의된 법안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진 않을 것”이라며 “노사정 협의를 무시했다고 하나 새누리당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노동계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 역시 17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원래 법안이라는 게 제출되면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때까지는 숙려기간(45일)이 필요하다”며 “노사정 합의를 기다렸다 법안을 제출하면 이번 정기국회에 논의할 수가 없어서 일단 법안을 제출하고 그 사이에 노사정 합의사항이 되면 그것을 법안심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사정합의에서 논의되지도 않은 사안을 발의한 것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17일 현안 브리핑에서 “노사정 합의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새누리당이 합의하기를 획책하고 있다. 국민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새누리당의 고질병이 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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