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등 신문사가 고용노동부로부터 돈을 받고 홍보성 기사를 써 논란인 가운데 MBN과 MBN미디어렙이 불법 광고영업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돼 방통위가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봐주기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MBN의 광고대행사인 MBN미디어렙이 정당한 사유없이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미디어렙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억4천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방통위는 또 MBN이 보도프로그램에서 사실상 광고를 하는 등 방송광고 위반행위 2건에 대해 과태로 1000만 원을 부과했다. 

MBN의 불법적인 광고영업행위는 지난 3월 미주 한인주간지 ‘선데이저널’이 MBN미디어렙의 영업일지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밝혀졌다.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고 방통위는 MBN과 MBN미디어렙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 MBN의 경제포커스. 한전으로부터 협찬금을 받은 대가로 한전홍보성 보도를 내보냈다.
 

협찬금 받고 ‘한전 홍보’

MBN은 광고효과를 내면 안 되는 보도프로그램에서 특정기업에 광고효과를 줘 방송법의 방송광고 법규를 2건 위반해 각각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지난해 12월6일 ‘경제포커스’는 공기업들의 자원외교 실패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예외적으로 한국전력은 성공사례를 부각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MBN과 한전은 애초 타 교양 프로그램에 4000만 원 협찬계약을 맺었지만 해당 프로그램 제작이 취소되자 자원외교를 다루는 보도 프로그램인 경제포커스로 협찬 대상을 바꿨다.

MBN은 또 해당 프로그램에서 농협 하나로마트로부터 3000만 원의 협찬금을 받고 하나로마트에서 판매 중인 과일과 해산물 등을 방송 소품으로 썼다. 지난해 12월27일에는 상호를 화면에 노출하고 진행자들이 상호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돈 받았으니 방송 한번 더?

MBN미디어렙은 협찬주로부터 돈을 받고 이미 편성이 확정된 프로그램을 협찬프로그램으로 바꿀 것을 MBN에 요구하는 등 미디어렙이 방송 편성에 개입할 수 없다는 미디어렙법을 위반했다. 적발된 프로그램은 ‘다큐M 백수오편’, ‘천기누설 아로니아 편(2건)’, ‘천기누설 마늘과생강편’ 등 4건이다. ‘다큐M 백수오 편’은 재방송을 하는 대가로 추가로 협찬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방통위는 또 문제가 된 3개 프로그램이 채널을 넘나드는 ‘홈쇼핑 연계판매’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한국인삼공사가 협찬을 한 ‘천기누설 아로니아편’이 오후 9시40분에 방송된 직후인 10시 35분 NS홈쇼핑 채널에서 한국인삼공사의 ‘홍삼담은 아로니아’를 판매하며 “끊임없는 언론의 찬사! MBN <천기누설>이 오늘 아로니아의 유용성 집중보도!”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천기누설 아로니아편’은 이전에 방영됐던 프로그램인데 홈쇼핑 방영일정이 잡히자 이에 맞춰 재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조사결과 MBN미디어렙은 타사 홈쇼핑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에 맞춰 해당 상품의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MBN에 요구하기도 했다.
 

초범이라 깎아주고 반성하니 깎아주고

방통위가 민영 미디어렙이 들어선 이후 불법영업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지만 곳곳에서 봐주기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MBN의 불법광고 영업행위는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아야 했지만 방통위는 “동일한 위반행위가 처음 발생했다”면서 과태료를 절반으로 줄였다.

MBN미디어렙의 경우 방통위 조사 과정에서 일부 자료를 늦게 제출하는 등 조사 진행에 차질을 초래해 과징금 10%가 가산됐다. 그러나 더해진 액수보다 깎아진 액수가 훨씬 컸다. 방통위는 MBN미디어렙에 ‘3억 원’의 과징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디어렙사 설립 직후이고 최초의 법 위반사례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 MBN미디어렙이 △협찬 계약서를 개정한 점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에 대해 향후 협찬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대표이사가 확인서를 제출한 점 △법 준수 위한 ‘임직원 행동수칙’을 제정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30% 감경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제재를 내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지만 MBN미디어렙을 중점적으로 제재하고, MBN에는 과태료만 부과하고 말았다”면서 “광고를 주고 편성개입을 한 건 미디어렙만의 문제가 아닌데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MBN의 처벌 수위를 낮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언경 사무처장은 “3월에 신고했는데 그동안 방통위가 지속적으로 조사와 제재를 미뤄 6개월이나 걸렸다”면서 “중대한 불법행위에 대해 빠른 처벌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와 ‘협업’을 해 과징금을 낮춘 정황도 있다. 방통위는 MBN 제재 과정에서 “심의위에서 이 사안을 판단했는데 경징계를 내렸다”면서 과징금 감경의 근거로 삼았다. 심의위는 한전을 홍보한 ‘경제포커스’에 대해 방통위 조사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난 5월 의결보류했지만 돌연 지난 2일 기습상정해 경징계를 내렸다. 야당 위원들이 반발했지만 여당추천 위원들은 “돈이 오간 건 방통위가 처리하는 거고 심의위는 내용만 심의한다”며 경징계를 의결했다. 방통위의 제재일정이 잡히자 그 전에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려 합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방송 광고 경계 무너졌는데 처벌 못 해

방통위 조사과정에서 MBN의 방송프로그램 제작회의 때 MBN미디어렙의 광고담당자가 참석해온 사실도 확인했다. 광고로부터 독립돼야 할 방송이 기획단계에서부터 개입을 받은 것이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같은 방송사도 아닌 독립된 미디어렙사의 광고담당자가 프로그램 기획회의에 들어간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 “종편의 1사1미디어렙이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보도프로그램이 협찬을 받는 사실을 알고도 제재할 근거가 없는 등 법의 사각지대가 크다는 사실이다. 고삼석 위원은 “협찬제도, 간접광고에 입법미비 사항이 상당히 많다”면서 “보도, 논평, 시사프로그램에 ‘협찬 고지’는 못하게 돼있는데 협찬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 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이 들고 문제 있다는 것 알면서도 제재를 못하고 있다.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방송사를 규제하는 기관이지만 현장조사를 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당사자들이 자료제출이나 열람을 거부하면 방통위는 강제할 수단이 없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가 방송사에 대한 조사권한을 갖게 되면 방송 독립성, 공공성에 해가 될 우려 때문에 제한적으로 규정된 것 같다”면서도 “언론이 아닌 미디어렙사에 대해서는 조사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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