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이 될 것이냐, ‘미풍’에 그칠 것이냐.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여부를 둘러싼 분석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이 저가구조로 형성된 데다 넷플릭스 콘텐츠에 대한 국내 이용자의 선호도가 높지 않아 한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뒤흔들만한 변수는 남아 있다. 득실파악에 앞서 우리 방송시장이 넷플릭스로부터 빅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을 배우고 세계적인 넷플릭스의 유통망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업체로 플랫폼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하우스오브카드’, ‘마르코폴로’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보유한 콘텐츠 사업자다. 넷플릭스는 저가전략에 이용자 데이터분석을 통한 마케팅을 접목시켜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현재 세계 50여개국에 진출했으며 내년 초 국내에 진출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한국 홈페이지)

KT와 제휴 유력, 수익배분 두고 ‘난항’

넷플릭스는 IPTV내에 콘텐츠 공급자로 입점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올레TV에 ‘넷플릭스관’이 생기는 개념이다. 넷플릭스가 독자적인 망을 구축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터넷망을 확보한 IPTV사업자와 제휴를 맺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IPTV를 보유한 통신3사와 CJ헬로비전 등 일부 케이블업계와 접촉을 한 상태다.

넷플릭스의 파트너로 유력한 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KT지만 협상의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수익배분안에는 플랫폼 사업자의 몫이 적어 KT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IPTV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넷플릭스 본사에서 KT 등과 접촉했다. 넷플릭스는 수익배분을 2:8 정도로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IPTV업계는 통상적으로 지상파와 콘텐츠 계약을 맺을 때 3:7로 배분하고 있는데, 넷플릭스는 이보다 높은 몫을 주장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여러 사업자와 동시에 제휴를 맺을 가능성도 있다. HBO는 국내에 진출하면서 LG유플러스와 우선 제휴를 맺은 다음 SK, KT와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IPTV업계 관계자는 “HBO는 KT, SK, LG순으로 접촉했고, KT와 SK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거절했고 마지막에 LG가 계약을 맺었다”면서 “이후 LG가 ‘HBO콘텐츠 독점공급’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이용자 규모를 늘려 다른 통신사들이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최대한 많은 사업자와 제휴를 맺는 게 득이 된다.

   
▲ 넷플릭스 한국 홈페이지.
 

“당장은 ‘미풍’에 그칠 것”

국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은 까닭은 넷플릭스의 상징성은 크지만 정작 독점공급을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넷플릭스 콘텐츠에 대해 우리 시청자들의 구미가 당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대부분은 ‘과거’ 출시된 ‘영미권’의 ‘영화’다. 여기서 ‘과거’, ‘영미권’, ‘영화’ 모두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VOD와 거리가 멀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집에서 팝콘 먹으면서 옛날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미국영화는 최신작 위주로 소비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VOD시청행태를 보면 주로 국산 드라마와 예능 장르를 선호한다. 영화 콘텐츠 소비 자체가 적고 그마저도 외국영화보다는 국내영화 위주로 소비된다.

VOD 구매패턴 역시 우리나라와 미국은 차이가 크다. 넷플릭스는 월정액 서비스를 내세우지만 우리나라의 월정액 서비스 이용률은 높지 않다. IPTV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를 주로 단 건으로 구매하는 우리나라 특성 상 넷플릭스의 월정액 상품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올레TV의 경우 월 1만4900원의 이용료로 미국 드라마와 영화 8100편을 시청할 수 있는 월정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넷플릭스에는 ‘하우스오브카드’와 같은 킬러콘텐츠가 있다. 그러나 ‘하우스오브카드’를 비롯한 넷플릭스의 일부 콘텐츠는 국내 유료방송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인기콘텐츠는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도 넷플릭스에는 악재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진짜 적은 국내 방송통신사업자가 아니라 P2P”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일부 언론은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을 뒤흔들 것처럼 이야기한다. 한국에 크롬캐스트가 처음 진출할 때도 그렇게 시끌벅적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크롬캐스트는 매니아들의 전유물이 됐다”면서 “넷플릭스 역시 미국의 시장상황과 한국의 시장상황의 차이가 커 큰 파급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한류=?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와 거리가 있다는 점은 바꿔 말하면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내시장을 목적으로 두지 않고 ‘한류’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글로벌사업총괄책임자가 지난 9일 한국진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 제작자들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라이센스 맺은 콘텐츠나 창의적인 창작콘텐츠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프랑스에서 ‘마르세이유’라는 정치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로컬 콘텐츠 제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용자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히트작을 배출해낸 경험이 있는만큼 국내에서도 충분히 영향력있는 콘텐츠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IPTV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위한 콘텐츠를 거금을 들여 제작하는 건 손해 보는 장사지만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에 수출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당장 자체제작을 못하더라도 공동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넷플릭스에게 배워야

넷플릭스의 기술과 전략이 우리 방송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넷플릭스의 국내시장 진출이 시장에 미치는 이해득실을 파악하는 것 보다 시사점을 통해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방대한 양의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면서 “지상파 등 방송사를 식당에 비유하면 지금까지 손님이 많이 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어떤 연령대의 손님이 어느 시간에 방문해 어떤 반찬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및 추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장 전략에도 배울 점이 있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열린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사업자가 해외시장에서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것, 그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가격을 차별화시켰다. 그것으로 한계가 있으니 비즈니스를 (해외로) 확대하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사업자들의 콘텐츠 판매를 통한 수익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강정수 박사 역시 “넷플릭스는 시장을 장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적대시하기 보다는 넷플릭스의 안정된 유통망을 이용해 한류 콘텐를 전략적으로 수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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