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라는 허울 속에 추진되고 있는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정부의 노동시장개혁안이 재벌 기업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건의사항이었던 것으로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전경련의 '2014 규제개혁 종합건의'엔 고용노동부 소관 건의사항으로 ‘정당한 해고사유 명확화’(일반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동의 의무 완화’ 등 노동부의 노사정위 합의초안과 대동소이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전경련 관계자에 따르면 이 '2014 규제개혁 종합건의'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접수됐다. 특히 최근 노사정위에서 논의된 사항들은 지난해 11월 전경련을 포함해 경영자총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벤처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8개 단체로부터 총 153건의 ‘규제기요틴 과제’로 정부에 별도 제출됐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15일 호주 G20 정상회의 당시 ‘규제 기요틴’을 도입하겠다고 말한 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이 규제 기요틴 과제 추진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규제 기요틴 과제’로 제출된 내용이 “종합건의 내용과 별로 차이가 없다”고 확인했다. 

   
▲ 2014년 12월말 국무조정실, 경제단체 부단체장,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석한 규제기요틴「민관합동 회의」 자료.
 

이들 민원은 사회규제와 경제규제로 구분되어 각각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하기로 했고, 노사정위에서 처리할 사안들은 사회규제로 분류되면서 국무조정실로 넘겨졌다. 

이어 12월 28일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석하는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 회의가 개최되어, 앞선 153건의 건의사항 들에 대한 정부의 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국무조정실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이번 회의는 지난 11월 8개 경제단체에서 총 153건의 규제기요틴 과제를 접수받아 정부가 검토한 결과를 민관이 함께 논의하고 추진방안을 확정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모임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이 153건 가운데 수용은 114건(전부수용 61, 부분수용 18, 대안마련 35), 수용곤란은 16건이었으며, 문제의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은 ‘추가논의 필요’ 사항으로 분류되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추진키로 결정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합동회의 자리가 “건의사항들을 수용할 지, 불수용할 지 피드백을 하는 자리였다”며 “우리가 제출한 항목 가운데 일부는 중장기과제, 즉 추가논의필요사항으로 분류되어 규제개혁포털에 공개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 지난 2일 오후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료민영화 저지, 공공의료 강화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추가논의필요사항’에 포함된 소관부처 고용부 관련 항목들을 살펴보면 1)업무성과 부진자에 대한 해고 요건 확대 2)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3)임금피크제 법제화 4)경영상해고 요건 완화 5)기간제 사용기간 규제 완화 6)파견 업종 및 기간 규제 완화 7)근로시간 단축 규제 유연화 8)통상임금 부담 완화 등으로 그 주요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다. 

노사정위와 관련이 있는 사회규제 부분을 담당한 국무조정실은 이들 재계가 건의한 규제 완화를 통과시키는 데 힘을 싣기 위해 “소관부처가 규제존치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규제를 개선하도록 하는 ‘부처 소명회의’를 수차례 개최하여 건의과제를 최대한 수용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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