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시행 1년을 맞이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분리공시제 도입과 기본요금 폐지를 요구했으나 미래부는 단말기유통법 개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단말기유통법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말기유통법은 이통통신시장의 ‘이용자 차별해소’와 ‘통신비 인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도입됐다. 

   
▲ 서울 시내 한 통신사 판매점. ⓒ연합뉴스
 

단말기유통법이 도입된 이래 이용자 차별행위가 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단말기유통법 시행 직후 가계통신비가 되레 늘어나고 있다. 가계통신비는 지난해 3분기 15만1100원에서 4분기 14만85400원으로 줄었으나 올해 1분기 14만6000원, 2분기 14만7700원으로 다시 올라가는 추세다. 특히 가계통신비 중 통신장비 부담액이 지난해 4분기 2만1000원에서 올해 2분기 2만2700원으로 올랐다. 최민희 의원은 “대당 핸드폰값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말기유통법 도입이래 줄어든 마케팅비용이 통신사 이익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이 미래부,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통신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액은 3만6468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1분기 ARPU 2만9173원에 비해 25%가량 오른 수치다. 우상호 의원은 “연평균 ARPU 성장률은 평균물가상승률의 5배 정도”라고 지적했다. 문병호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통신3사의 매출액은 209조1000억 원, 당기순이익은 9조6000억 원에 달하며 통신3사의 2014년 사내유보금은 27조1183억 원에 이를 정도로 자금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핸드폰 기기값이 비싼 수준이기도 하다.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6 출고가가 주요 8개국 중 세 번째로 비싸다고 밝혔다. 지난 9월4일 SK텔레콤 기준 갤럭시S6 출고가는 85만8000원으로 스웨덴과 일본보다 낮았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독일, 미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 갤럭시S6 8개국 가격 비교.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분리공시제’, ‘기본료폐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미래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상호 의원은 “망설비가 갖춰진 상황에서 기본요금이 폐지돼야 한다”면서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단말기유통법 도입 이후 9개월 동안 제조사의 리베이트 규모가 8000억 원에 달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핸드폰값을 10만 원은 낮출 수 있는 규모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양희 장관은 “통신요금에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여당 의원들은 단말기유통법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시켰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지원금 차별이 사라지고 다양한 요금제와 핸드폰이 나오는 등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만들어졌다”면서 “통신사는 보조금이 아닌 요금과 서비스를 통해 경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말기유통법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통신요금 인하 측면에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알뜰폰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분리요금제’의 할인폭이 올라 소비자 혜택이 커진 사실을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 역시 “단말기유통법이 이용자차별해소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고 생각한다”면서 “가계통신비와 통신요금 절감, 유통구조 개선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 이루지 못했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