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편안 합의로 인해 노동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이 합의안에 반대하며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고, 한국노총 내 금속, 화학, 고무산업노련 등은 민주노총과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를 ‘매국 행위’으로 규정하며 저지투쟁을 선포했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도 “권력에 굴복하고 노동자 배신했다”며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1시간 만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분신을 시도해 중집은 중단됐다. 

김 위원장은 휘발성 인화물질인 신나가 든 하얀 통을 들고 단상 앞으로 가 자신의 몸에 신나를 끼얹었고, 그 순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분말 소화기를 바로 뿌려 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 14일 오후 2시 한국노총이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발하며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몸에 신나를 뿌리며 분신을 시도했지만 제지당했다. 사진= 노컷뉴스
 
   
▲ 14일 오후 2시 한국노총이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발하며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몸에 신나를 뿌리며 분신을 시도했지만 제지당했다. 사진= 노컷뉴스
 

이날 회의는 노사정 대표들이 합의한 안건에 대해 한국노총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였다. 회의에는 한국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 52명이 참석할 예정이었고, 노사정 대타협 안건이 통과돼 승인을 얻으면 노사정 대표의 서명과 발표 절차만 남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합의안의 가장 큰 쟁점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대한 합의여부였다.  

노사정위는 중장기적으로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되 노사 간 분쟁 예방 등을 위해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단서가 달렸지만, 노동유연화를 골자로 한 ‘박근혜식 노동개혁’은 구부능선을 넘은 상태다.

이번 노사정 합의의 주체인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화학노련, 고무산업노련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무엇 하나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낸 것이 없다”며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 죽이기에 손발 맞춰 주겠다는 것으로 노동의 역사에 큰 죄를 짓는 매국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노총은 중단된 노사정위 참여의 전제 조건인 ‘일반해고-취업규칙가이드라인’ 까지 동의했다”며 “한국노총은 중집 의결사항까지 스스로 위배했다. 이에 한국노총 중앙집행위는 노사정 대표자 야합에 결코 동참해서는 안 된다. 양대노총 등 전체 노동운동 세력은 노동자 서민을 죽이는 정부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도 “이번 노사정 합의는 ‘권력에 굴복해서 노동자를 배신한’ 한국 노동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합의로 규정한다”며 “한국노총 지도부는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한편 오후 4시40분 현재 한국노총은 합의안 승인을 위한 중집을 재개했다.  

   
▲ 14일 오후 2시 한국노총이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 산별 노조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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