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한 한 고등학생이 ‘세월호를 기억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편집 과정에서 삭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경기 안양 부흥고 편에 출연한 한주연 학생은 10일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BS에서 편집해 놓고 논란이 되니 제 행동이 문제가 돼 못 나간 것처럼 돼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주연 학생 아버지 한광수씨는 “딸 아이가 입시를 앞둔 고3이라 많이 힘들어 한다”며 “제 딸이라서가 아니라 똑 부러지게 말을 잘 하는 아이인데 KBS는 편집한 이유로 아이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광수씨는 소신 발언을 한 딸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언론사 문을 두드렸고 미디어오늘과 연락이 닿았다. 

   
▲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한 한주연 학생의 인터뷰 장면.
 

 

한주연 학생은 “방송에서 많이 편집되긴 했지만 SNS를 통해 제가 한 말이 이슈화되면서 감사했다”며 “세월호를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인터뷰였는데 이렇게 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주연 학생은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고 김○○의 동갑내기 조카다. 다음은 한주연 학생의 사전 인터뷰를 토대로 KBS ‘도전 골든벨’ 작가가 작성한 발언 전문이다. 한주연 학생은 “대본에 있는 내용은 제가 방송 녹화 때 대부분 한 말로 말투만 제가 평소 쓰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한주연 학생 발언 

사실 이 말은 정말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너무 평범한 말이지만 저한텐 좀 특별해요. 

저에겐 특별한 삼촌이 있는데요. 늦둥이로 태어나 저랑 나이가 같고 심지어 저보다 생일도 느리거든요. (외고모 할머니의 아들) 그 삼촌이 한 말이에요.  

저희 삼촌은 작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이건 삼촌이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예요. (단원고 다녔던 세월호 희생자 고 김○○군)

삼촌 생각을 하면 저와 제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데 펴보지도 못하고 진 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제가 삼촌을 잃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금방 잊혀 진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직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울컥하고 고마워요. 

(사고가 났던 그날은) 제가 야자를 하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 전화였는데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세월호에 삼촌이 타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날 저희 가족은 밤새 뉴스와 SNS만 보면서 기도 했어요. 외고모 할머니는 팽목항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셨어요. 온 가족이 참 많이 울었죠.  

사고 후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는 않아요. 외고모 할머니는 삼촌의 마지막 체취만이라도 잃기 싫어 쓰던 물건들도 그대로 두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사망신고도 하지 못하고요.

국민 모두가 유가족처럼 평생 잊지 않고 살 순 없을 거예요. 언젠가는 잊혀지겠죠. 

그래도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삼촌과 희생자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제 수능이 끝나고 몇 달 후면 저도 어른이 되잖아요. 제가 어떤 꿈을 이루고 어떻게 살게 될 진 아무도 모르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모른 척 하고,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못 본 척 하는 비겁한 어른은 되지 않을 거예요. 

삼촌에게 한마디 해도 될까요? 

애기삼촌! 이 세상 모두가 삼촌을 잊어도 우리는 삼촌의 억울함을 절대 잊지 않을게 사랑해.

 

(관련기사: KBS ‘도전 골든벨’ 세월호 발언 편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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