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세월호 관련 발언을 편집·축소해 방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S는 지난 6일 ‘도전 골든벨’ 안양 부흥고편에서 에필로그에 28번을 단 한주연 학생의 인터뷰를 내보냈다가 ‘세월호 관련 발언을 축소해 내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방송에서 한주연 학생은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모른 척 하고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못 본 척하는 비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방송 시간은 단 6초였다. 

방송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세월호 관련 발언을 한 한주연 학생을 ‘개념 학생’으로 칭찬하는 글들이 퍼져나갔다. 한주연 학생은 한 댓글에서 “소신껏 말한 것뿐인데 이렇게 많은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비록 공영방송인 KBS에는 세월호 이야기라 편집됐지만 이렇게 이슈화시켜서 다시 한 번 많은 분들이 세월호에 관심 가질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두를”이라고 남겼다. 

그리고 댓글 마지막에 “단원고 2-4 고 김00 학생의 조카 한주연”이라고 적었다. 

   
▲ KBS '도전 골든벨' 홈페이지.
 

 

이 내용이 ‘HOOC’을 통해 기사화 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HOOC’은 이어 KBS의 해명이라며 “당시 녹화에선 학생이 너무 긴장해 나머지 앞부분을 들어낸 것이다. 세월호 이야기였기 때문에 편집한 것은 아니다”는 후속보도를 내놨다. 

10일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한 한주연 학생은 “방송 전에 ‘도전 골든벨’ 작가 언니가 ‘너의 인터뷰를 살리려 애썼는데 결국 편집됐다, 힘없는 언니를 원망하렴’이라는 문자를 보내 윗선에서 편집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주연 학생은 사전 인터뷰 당시에도 “인터뷰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작가의 말을 들었다. 한주연 학생은 이후 방송 전에 작가를 받고는 “‘세월호를 기억해 달라’는 발언이라 편집됐구나”라는 의심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주연 학생은 “저와는 상관없이 SNS 등을 통해 당시 발언과 화면이 캡쳐 돼 엄청 많이 공유가 됐고 한 페이지에서는 ‘좋아요’가 약 9796개 정도 순식간에 눌려졌다”며 “방송에서는 편집 됐지만 이슈화 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작 한주연 학생이 화가 난 것은 KBS의 대응이다. 기사가 난 후 작가는 한주연씨와 통화에서 “KBS에서 너에게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너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골든벨을 울렸고 다른 영상도 나가야할 게 많아서 편집된 것 뿐이다”, “(네가 쓴 글이) 리트윗이 좀 많이 됐고 일이 좀 커져서 부장이나 PD도 다 같이 이야기를 했다, 이슈화 되면 너가 더 많이 상처를 받을 거 같아서 우리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학생이) 긴장해서 방송에 내보낼 수 없었다”는 식의 KBS 해명이 나왔다. 한주연 학생은 “가만히 있던 저만 말 못하는 사람이 돼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녹화 전에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KBS에서 인터뷰를 먼저 하자고 했고 사전 인터뷰를 토대로 작가 언니가 대본을 정리해 줬다. 방송에서는 제가 평소 하는 말투대로 해당 내용을 잘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긴장해서 말을 못했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주연 학생은 이어 “제가 말 할 당시 (녹화장 전체) 분위기가 상당히 숙연해 졌고 눈물을 보이는 분들도 있었다”며 “저 빼고 도전한 99명을 비롯한 다른 학생들, 선생님들, 제작진이 있었는데 제가 말을 못했다면 분위기가 그렇게 숙연해질 수는 없지 않았겠냐”고 반박했다. 

한주연 학생은 “작가 언니가 사전 인터뷰할 때나 녹화 후 방송 전에 ‘인터뷰를 하지만 방송에 나갈지 모르겠다’, ‘힘없는 언니를 원망해라’ 등 말을 했기 때문에 방송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KBS에서 방송을 내보내지 못한 걸 두고 제 탓으로 돌리는 게 굉장히 억울하다. ‘긴장해서 내용을 편집했다’는 부분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주연 학생 아버지 한광수씨는 11일 자신의 SNS 계정에서 “번거롭고 귀찮아서 (해명)하지 말라고 하고도 싶었지만 주연이 아빠조차 비겁해 질 수 없다”며 KBS에 반박글을 적었다. 

한광수씨는 “고3인 주연이는 입시 준비에도 지장이 있는데다 방송사의 이런 무책임한 행동이 아이 마음에 큰 상처를 줬다”며 “제 딸아이는 녹화 당시 소신껏 자신이 하고 싶던 이야기를 떨지 않고 당당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상처 받을까 걱정돼 언론 대응을 전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안심시켜 놓고 이제 잠잠해질 것을 기대하던 아이 몰래 미리 해명기사를 올려 화살을 아이에게로 돌린 KBS, 그 자리에 있던 증인이 몇 명인데, 어른으로서 그런 구처한 변명은 하면 안되지요”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KBS는 “세월호 관련 인터뷰를 못 내보낼 거라고 했으면 인터뷰 시도조차 안했어야 하지 않았겠느냐”며 이번 논란은 오해라고 말했다.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박현민 KBS CP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작가와 담당 PD는 ‘사전 인터뷰 때의 감동이 본 녹화에서 덜해서 편집했다’고 한다. 담당 PD도 그 한 학생의 인터뷰를 두고 6시간을 공들여 넣어보려 했지만 어려웠다더라”며 “세월호 내용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빠진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현민 CP는 이어 “해당 작가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기에 애정이 있어서 한주연 학생 인터뷰를 넣은 것이고 그나마 자연스럽게 인터뷰된 마지막 말을 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 내에서 편집된 부분이 세월호 관련 내용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박현민 CP는 “윗선에서는 10시간 녹화 화면 전체를 볼 순 없고 방송 직전 편집본만 보게 된다”며 “내부에서 자르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이번 사건도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