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핸드폰 다단계 판매를 사실상 용인하고 SK텔레콤의 영업정지를 결정해놓고 반년동안 미루는 등 지나치게 통신사업자 편의를 봐준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통위가 다단계판매를 사실상 합법으로 인정했는데, 방문판매법상 다단계판매는 상품이 160만 원이 넘을 때 불법이다. 핸드폰 다단계의 상품과 서비스비용을 합치면 160만 원이 넘게 돼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방통위는 다단계 판매를 조직적으로 한 LG유플러스에 처음으로 제재를 했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위반한 점만 과징금(23억7200만 원)을 부과했을 뿐 다단계 판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처벌하지 않았다. 

   
▲ 서울 시내의 한 통신대리점. ⓒ연합뉴스
 

야당은 물론 여당 국회의원과 여당추천인 방통위 부위원장도 방통위가 다단계 판매를 용인한 점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단말기유통법이 정착 돼 가는 상황에서 다단계판매는 법을 흔들 소지가 있다”면서 “특히 피라미드식 구조로 꼭대기에서 판매하는 사람들에게만 이익을 줄 수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젊은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우려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허원제 방통위 부위원장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요금체계가 달라지는 다단계 판매는 이용자차별을 금지하는 단말기유통법과 공존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단계 판매 용인이 중소상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호준 새정치연합 의원은 “다단계 판매는 통신시장의 유통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다단계가 합법이 되면 통신3사가 동시에 다단계 판매에 나설 수 있어 중소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10일 LG유플러스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올 초부터 불거진 다단계판매 제재에 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면서 “방통위 제재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의 우려에 방통위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적극적으로 다단계 판매를 인정한 게 아니라 현행법상 단통법 위반이 아니라서 처벌할 규정이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한 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청년들이 다단계에 대한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도록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방통위가 단말기유통법을 위한반 SK텔레콤에 대해 3월 영업정지 제재를 의결해 놓고서도 6개월 동안 시행을 미룬 사실도 논란이 됐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위원은 “왜 10월1일부터 일주일동안으로 영업정지 시기를 정한지 따져보니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일을 피해 제재를 내렸다”면서 “제제효과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3을 영업정지 제재를 의결한 직후인 4월 10일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가 출시됐으며 4월29일에는 G4가 출시됐다. 이후 방통위는 메르스사태 때 내수침체를 이유로 제재를 미뤘으나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된 8월에도 제재를 내리지 않았는데 8월20일에는 갤럭시S6플러스, 갤럭시노트5가 출시됐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소비자와 유통점의 피해를 고려하기 위해 잠시 미뤘는데 그 이후에 메르스사태가 있었고, 또 8월에 제재를 하려니 비수기 때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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