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한 MBC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참아왔지만 MBC의 보도는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분명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언론사 간부 32명과 토론 자리에서 최근 MBC 등 일부 언론을 통해 재차 불거진 아들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윤춘호 SBS 시민사회부장은 “아들 병역 문제에 대해 병원과 병무청이 검증했고, 검찰의 무혐의 결정과 문제제기한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도 나왔는데 이런 사안이 거듭 제기되는 것은 언짢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오늘 오전에 아들의 병역 건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들었는데, 언론사에서도 공직자 검증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사실 모든 공공기관이 지금까지 모두 이점에 대해 무혐의로 확인해줄 일이고, 이미 다 명명백백히 밝혀진 사안임에도 또 끝없이 문제제기를 해서 내가 다시 아들을 검사대 앞에 세우기도 했다”며 “그때 검사받았던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했다는 주장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참았다”고 밝혔다.

   
▲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 갈무리.
 

박 시장은 이어 “나는 강용석 전 의원을 포함해 모든 사람 용서했고, 지금까지 참았는데 최근 의혹 제기는 조직적인 시도가 있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일이든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과 공직자 입장에서 비판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선거 때보다 더 많은 양이 지금 SNS에 유통되는 등 이 문제는 도를 넘어섰다 판단해 법적 조치 취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나는 언론을 적대시할 생각이 전혀 없고 MBC도 마찬가지 생각하지만 이 보도에 관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지만, 정작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태진 MBC 전국부장은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다. 

이날 박 시장 측 법률대리인은 박 시장의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다룬 MBC 보도에 대해 기사를 쓴 김태윤 기자와 최기화 보도국장, 안광한 사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검찰이 수사하게 된 과정을 사실대로 보도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발행한 민실위보고서에 따르면 김태윤 기자는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양승오 박사 등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실을 누락한 채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박 시장이 고발 취하의 뜻을 밝힌 것도 팩트이고, 당사자들이 재판받길 원한 것도 팩트”라며 왜곡 보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등 당사자의 반론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기자는 “기자의 자의적 판단을 넣으면 반박을 넣어 주는 것이 취재 원칙이지만, 해당 기사에는 자의적 판단을 한 것이 없다”면서 “검찰이 수사하게 된 과정을 사실대로 보도한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반박을 더 넣어줄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소영 사회1부장도 민실위 측에 “그 보도가 문제없다고 변호사 단체가 성명까지 내고 있다”며 “서울시가 고발하면 그때 가서 얘기하겠다”고 전했다. 민실위는 “실제 관련 성명을 낸 변호사 단체는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이번 검찰 고발을 대리하고, 양씨 등 피고인들의 변론까지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KBS 이사·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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