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이용한 정부부처와 정부유관기관 주도의 ‘여론몰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원자력방송지원내역에 따르면 SBS ‘생활경제’, EBS ‘다큐프라임’, YTN과 MBN의 원자력 특집 등에 5억여 원이 집행했다. 드라마도 원전 홍보도구로 이용했다. 2012년 4월 방송된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선 의사인 주인공이 뜬금없이 방사선 세미나를 진행하며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어린이 환자는 10년 완치율이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원자력문화재단의 신문협찬기사 실태자료에 따르면 신문에 실린 기고의 경우, 건 당 30만원~45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고용노동부 홍보대행사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기고는 건 당 50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조선일보는 2012년 4월 20일자에서 ‘원전강국 코리아’ 기획기사를 내보내며 “싼값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발전 덕분”,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원자력문화재단은 조선일보에 협찬금 5500만원을 집행했다. 언론에 집행된 핵발전 홍보예산은 2014년 기준 한국수력원자력 100억 원, 원자력문화재단 57억 원, 원자력환경공단 37억 원 등 총 205억 원 수준이었다.  

   
▲ 조선일보 2012년 4월 20일자 기획기사.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은 기사다.
 

저널리즘의 질을 높여 독자에게 콘텐츠 제값을 받는데 실패한 언론은 기사형 광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기사형 광고는 기사 형식으로 작성됐지만, 상품 판매나 특정 정책 홍보 목적으로 작성된 일종의 유가 기사다. 협찬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기사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가장해 독자에게 편향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 건강섹션의 경우 병원으로부터 협찬금을 받고 해당 병원을 홍보하는 광고형 기사를 쓰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헬스조선이 병원에 보낸 공문에는 광고비용으로 800만원에서 2,500만원이 적혀있었다. 돈 받고 쓰는 기사에서 병원에 불리한 정보가 나가기란 쉽지 않다. 

시사인이 보도한 2012년 1월~2013년 8월 ‘농협기획보도’에 대한 농협의 광고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농협에게 유리한 기획보도에 참여한 언론사 가운데 조선일보는 6건의 기사를 쓰고 5660만원을 받았으며 중앙일보는 9건에 대해 3억 7500만원, 동아일보는 13건에 6억 2872만원을 받았다. 국가기관통신사인 연합뉴스도 11건을 쓰고 1억 3200만원을 받았다. 경향신문은 2012년 12월 26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을 인터뷰한 뒤 3300만원을 받았고, 한겨레신문은 2012년 9월 19일 <농협, 출하 농산물 50% 책임 판매>란 제목의 기사를 쓰고 1247만 4000원을 받았다. 

정부정책홍보는 신문지면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2010년 10월 4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FTA국내대책반이 전문가들에게 FTA를 찬성하는 신문 기고 글을 쓰게 하고 건당 20만원의 원고료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칼럼 어디에도 정부지원을 받아 작성됐다는 문구는 없었다.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9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홍보비 5000만원을 중앙일보에 줬고, 중앙일보는 기획기사 3건을 포함해 모두 6꼭지를 지면에 싣기도 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5조는 “언론사와 언론인은 취재, 보도, 평론, 편집에 관련하여 이해당사자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지만 사문화 된지 오래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기사형 광고 심의 규정에 따르면 기사형 광고는 △취재 △편집자 주 △독점인터뷰 △00기자 △전문기자 △칼럼니스트 등 기사로 오인하게 유도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기사형 광고를 심의한 결과에 따르면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적발된 사례는 △2010년 191건 △2011년 710건 △2012년 972건 △2013년 1473건 △2014년 2269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해 기사형 광고에 대해 언론사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기사형 광고에 이어 최근에는 네이티브 광고까지 등장하고 있다. 배너광고나 지면 광고가 아닌, 기사와 유사한 콘텐츠 스타일의 광고다. 이승환 ㅍㅍㅅㅅ대표는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기존 광고와 달리 직접 이야기를 하는 방식의 기사라 신뢰를 얻을 수도 있고 매체 특성과 결합해 독특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매체 색깔이 분명한 뉴미디어 매체가 네이티브 광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네이티브 광고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하는 광고 형식을 의미한다.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 등 해외 인터넷 매체가 네이티브 광고로 높은 수익을 내자 한국에도 네이티브 광고가 상륙했다. 버즈피드는 네이티브 광고만으로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부터 네이티브 광고에 나섰다. 한국에선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ㅍㅍㅅㅅ, 피키캐스트 등이 네이티브 광고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 기사와 광고 구분이 모호해 저널리즘과 광고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늘날 언론계는 병원이나 대학, 건설사 등을 상대로 한 광고형 기사에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광고형 기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돈받고 쓰는 기사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이를 비판하는 것 역시 무의미하다는 분위기다. 지난 3월 공개된 MBN미디어랩 영업일지에 따르면 MBN이 협찬·광고를 받고 협찬주·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업계의 보편화된 수익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대형 홍보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오늘날 방송에서 협찬 없이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뉴스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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