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보수단체 애국단체총협의회와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이 주최한 ‘대한민국 건국 67주년 기념 국민대회’에서 어린이 합창단이 대중 앞에서 반공주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 김정환씨는 8일 오후 ‘건국절 기념식? 어린이합창단 노래가사 충격’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는 보수단체가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연 행사 장면을 담고 있는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평강어린이역사노래 합창단’이 반공주의 노래를 부르는 대목이다.

   
▲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8일 업로드한 지난 8월 15일 보수단체의 건국절 행사. ⓒ미디어몽구
 

이날 행사 진행자는 합창단을 소개하기 전 “저와 여러분의 애국심이 우리 자식들에게 전달이 돼야 대한민국에 소망이 있다”며 “오늘 우리 자녀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도록 하겠다. 우리 어린이들 네 살부터 나와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합창단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 노래’ 운율에 맞춰 여수·순천 사건, 제주4‧3 사건 등의 근현대사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 합창단은 “1948 4.3 사건 제주 계엄령 8일 만인 27일 반란은 진압”, “10월 28일 여수 14연대 해체 반란군은 지리산 빨치산 됐네”, “1948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군 내부 좌익세력 숙군 되었네” 등의 가사를 불렀다.

이어지는 가사는 “북한인민 배고파도 핵무기 개발 군사력”, “3대 세습, 일당 독재 북한공산당”, “자유 대한민국에 악을 행하네 요인암살,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 “속지말자 공산당 거짓평화”, “물리치자 공산당 거짓분열” 등이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한 아이는 “반공태세를 굳건히 해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지킵시다”라고 했고, 이어 나머지 합창단은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아멘”으로 노래를 마무리했다.

이 노래는 ‘한국 역사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에도 반전교조 교육감 단일 후보를 위해 모인 교육포럼에서도 논란이었다. 유튜브 등에서 ‘한국 역사가(잊을 수 없는 6.25)’로 검색하면 평강제일교회의 영상이 뜬다.(8일 오후 10시 30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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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8일 업로드한 지난 8월 보수단체의 건국절 행사. ⓒ미디어몽구
 

주최 측인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이희범 사무총장은 8일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부해서 노래를 부르는 꼬마들에게 세뇌 교육을 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며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바르게 배운 학생들이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어린애들일수록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교육 받아야 한다”며 “해당 교회 원로 목사님은 한국 근현대사 책을 4권을 발행했고 성도들이 전 교회에 교육을 시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별세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는 ‘대한민국 근현대사’라는 책 4편을 펴낸 바 있다. 1권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2권은 1946년 대구 10·1사건과 1948년 제주 4·3사건, 3권은 1948년 여수 14연대 반란사건, 4권은 6·25전쟁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평강제일교회는 올해로 9번째를 맞는 ‘나라사랑 웅변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제9회 나라사랑 웅변대회에 앞서 유종훈 담임목사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할 때마다 웅변대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현역장병 군인들도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 크게 더했다”고 말했다. 

이날 설교 제목은 ‘위기의 상황에서 나라 사랑하는 길’이었다. 유 목사는 “1950년도에 6·25전쟁을 통해 북에서 기울어진 끓는 가마의 처참한 심판을 체험했고, 여전히 하루도 안심하지 못한 채 북에서 그 기울어져서 끓는 가마가 쏟아질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라며 “나라사랑의 마음을 어린 연사 9명이 나와서 외칠 때 우리를 대신하는 외침이라고 믿고 격려하면서 나라사랑의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젊은 세대가 6·25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 제대로 아는 이가 적다는 한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6·25전쟁의 참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9회 웅변대회를 통해서 이땅의 6·25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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