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운동은 자취를 감췄지만 뉴라이트 사상은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뉴라이트는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이는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보다 보수적인 개념으로 ‘재산권의 자유’를 중시한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인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인권이나 주권의 측면이 아닌 재산권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즉 자본주의의 발전이 있었다면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지 않겠냐는 입장으로 한국 기득권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발전했다. 

뉴라이트를 사상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론은 식민지근대화론이다. 조선이 일제에 수탈당해 경제발전에 방해를 받았다(내재적발전론)고 역사를 이해해서는 안 되고 경제사학적 관점에서 일제강점기를 근대화 과정으로 이해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사람은 낙성대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안병직·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이다. 

서울대 교수, 뉴라이트 계열 잡지 시대정신 이사장,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한 안병직은 교토대 경제학과 나카무라 사토루 교수의 중진자본주의론의 주장에 영감을 얻었다. 이후 경제성장에서 뒤쳐진 한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캐치업(catch-up)이론 등을 주장했다. 

식민지근대화론, 중진자본주의론, 캐치업 이론 등을 종합하면 한국 경제는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현재까지 외국에 대해 개방적인 체제를 유지했고 이는 한국자본주의 발전의 필수조건이었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수출중심의 산업화 전략은 개방체제라는 점에서 하나로 묶인다. 

동국대 교육대학원 이수빈씨의 석사학위 논문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연구사적 접근’에서는 “한국과 같은 저개발국에서 후발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발자본주의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개방체제가 기본조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안병직의 논리를 설명했다. 

이수빈씨 논문에 따르면 안병직 교수는 식민지 시기의 경제정책에 집중해 일제의 화폐정리사업과 재정정리사업은 근대적 재정제도의 수립, 산미증식계획은 농업기반 구축, 식민지 공업화 정책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한국의 산업화의 기반이 됐다고 주장했고 이영훈 교수는 이를 통계로 입증했다.

   
▲ 사진=pixabay
 

이는 경제사학자 알렌산더 거센크론의 '후발국가의 이점'이라는 개념과도 비슷하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선발산업국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지만 독일 등 후발산업국은 이를 생략할 수 있으니 신흥강국이 되기 용이하다는 생각이다. 

영국 등 선발산업국에서는 국가가 부르주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사실 이들 국가의 부르주아 혁명은 국가의 개입을 거부하는 차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후발산업국들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특혜를 줘 부르주아를 성장시키게 했다. 후발산업국은 선발산업국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한국의 군부독재세력이 재벌에 제공한 특혜금융을 통해 한국이 산업화를 이뤘고 그 결과물로 중산층이 탄생했다. 뉴라이트는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중산층이 민주화의 주도세력이었다고 봤다. 이로 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 

뉴라이트 관점에 따르면 한국 현대사에서 군부독재세력에 저항했던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은 산업화의 걸림돌이다. 역설적으로 민주화운동도 민주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민주화세력이 저항하지 않았으면 경제발전이 용이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노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민주정부 10년 사이 시민들의 의식은 성숙해졌다. 더 이상 반공주의에만 기대는 올드라이트는 젊은 세대로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쟁을 내면화한 세대에게 뉴라이트의 논리는 세련되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 온 아르스프락시아(옛 트리움) 이종대 이사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극우 커뮤니티 일베 사용자들의 이상적인 인간형을 ‘대구에서 상경해 성공한 아버지’라고 규정했다. 아버지 세대는 성실하게 일해 산업화에 기여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일베 유저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 무임승차한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고 말했다.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를 스펙이 부족해서라고 믿고 민주화라는 용어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일베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베가 젊은 층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잃어버린 10년 이후 개혁이 필요했던 보수진영의 전략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뉴라이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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