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의 만평인 ‘그림판’이 8일 조간신문 인쇄 직전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만평 작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겨레 측은 패러디라고 할지라도 독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연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판단에 합의하에 게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신문 8일자 ‘그림판’은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는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는 패러디 만평이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맥심코리아’의 표지를 패러디한 해당 만평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경제발전 했으면 됐지”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만평 속 자동차 트렁크 밖으로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다리가 청테이프로 묶여있는 모습으로 나와 있다. 다리에는 ‘민주주의’라고 적혀있다. 

해당 그림판이 인쇄 직전 삭제된 것은 최근 표지에서 여성 대상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잡지인 ‘맥심’의 표지를 패러디해 표현했다는 이유에서다. 

▲ 한겨레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 측은 “맥심코리아 잡지에 문제가 있어 (맥심코리아 측에서도 인정하고) 전량 폐기처분되기도 했다. 해당 표지 사진은 여성혐오·비하 등을 강하게 조성했다. 그 컨셉을 다시 활용한다면 패러디라고 하더라도 독자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는 내부의 문제제기가 있어 만평을 싣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그림판을 그린 장봉군 화백은 한겨레 측의 삭제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장 화백은 “해당 만평이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아예 삭제할 만큼의 문제가 있는 그림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를 일정 정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화백은 “국정교과서가 특정 역사를 미화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자 했다. 맥심코리아 표지는 여성폭력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지 않았나. 맥심코리아 표지처럼 이 만평도 일부에게는 거북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아예 못 나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한겨레 측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점도 일리가 있다. 특히 만평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해 기사보다 폭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내부에서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의 의견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이 서로 엇갈렸다. 수정하기에는 신문 발행 작업 시간 상 부족해 빼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맥심코리아는 9월호 표지와 지면에 여성 납치·살해·시신유기 등을 연상시키는 화보를 실어 국내·외로 반발을 산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맥심코리아 측은 9월호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판매 수익을 여성인권단체 등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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