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1938년 국가 총동원령을 선포.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인을 강제노역에 동원하기 시작합니다. 그 숫자만 무려 700여만명. 가족들과 생이별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아시아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1941년 교토 군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 1300여명이 함께 모여 살았던 그 곳,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바로 우토로 마을입니다.” 

지상파 저녁 뉴스나 다큐멘터리에 나온 내용이 아니다. 지난 5일 무한도전 광복 70년 특집 ‘배달의 무도’ 세 번째 이야기에서 하하의 내레이션 내용이다. 

   
▲ 5일 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갈무리.
 

일본에 거주하고 있지만 구성원 대다수는 한국 국적이다. 강제로 끌려갔던 이들은 해방이 됐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올 돈도 없었고,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패전으로 비행장 건설이 중단됐고 그들은 강제노역의 대가도 받지 못했다. 

일본 우토로 마을은 차별의 상징이다. 공사장 노역과 폐지 수집 등을 통해 생계를 이었고, 일본 정부와 기업은 이들을 쫓아내고 싶어 했다.

가난과 차별에 맞서 70년을 버텨왔다. 강제로 징용됐던 이들이 모인 우토로 마을이 다시 강제로 철거될 위기와 싸워왔다. 지난 1987년 주민들도 모르게 땅이 매각됐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에게는 우토로는 제2의 고향인데 말이다.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1999년 패소해 매각이 확정됐다.

이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2005년부터 모금운동이 시작됐고, 마을의 3분의 1정도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재개발로 마을은 계속 사라졌다. 우토로 마을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2005년 5월 당시 한겨레21은 우토로 마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면서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김혜수, 김선아, 지진희 등 배우들도 우토로 살리기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우토로 마을 한인 2세대 한 분은 무한도전을 통해 “한국에서 도와준 돈을 소중하게 쓰기 위해 침수가 나도 집을 고치며 살아 원래 터전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토로 마을은 지대가 낮아 침수가 자주 발생한다. 

하하는 우토로 마을 사람들을 도와온 일본인 아키코 여사도 만났다. 아키코 여사는 27년 전 우토로 마을에 수도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돕게 됐다고 말했다. 우토로 마을은 수도조차 공급되지 않았던 소외된 곳이었다. 

   
▲ 5일 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갈무리.
 

무한도전에서 하하와 유재석은 우토로 마을 1세대 중 유일한 생존자인 강경남 할머니(91)의 고향인 경상남도 사천군 지역 영상과 사진을 전달했고, 마을 주민들에게 음식도 대접했다. “쪼맨할 때 와도 고향은 지금까지도 눈에 아른거린다”는 강경남 할머니는 강제징용 당한 아버지와 오빠를 찾기 위해 8살 때 일본에 오게 됐다.   

무한도전 우토로 마을 편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6일 닐슨코리아 시청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무한도전'은 전국 평균 시청률 16.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15.1%)보다 1.8%p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은 9.6%, SBS '질주본능 더 레이서'는 3.1%보다 높은 기록이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우토로 마을은 우토로국제대책회의가 우토로 역사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액 3억3000만원을 건네며 공식 해산한 뒤 언론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 방송을 통해 우토로 마을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나 정권에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받는 지상파 뉴스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강조했지만 정작 친일 교과서가 될지도 모르고, 후진적인 제도라고 평가받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고, KBS 이사장에는 친일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는 이가 연임됐다. 지상파 9시 뉴스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었고, 일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노력도 잘 보이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이 뼈아픈 역사의 피해자들의 소식까지 다루고 있다. 강경남 할머니는 촬영을 마치고 떠나는 유재석과 하하에게 “나쁜 짓 하지 말고, 남의 것 훔치지 말라”고 말했다. 나쁜 짓 하고 남의 것을 훔쳤던 이들에 대한 비판이 정부와 방송의 목소리에서 사라졌다. 광복 70년에도 외면받았던 우토로 마을이 예능으로나마 알려져 다행이다. 

   
▲ 5일 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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