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아니라 패륜범입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기자의 공무원 폭행 및 자살미수 사건은 점차 수사내용이 드러나면서 언론계 수치스런 패륜범죄로 기록될 전망이다.

처음 ‘기자가 공무원을 폭행해 공무원이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왜 어떻게 맞았기에 피해자가 투신까지 시도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해당 제주 신문사에서 이 사건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불분명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디어 오늘’ 보도, “제주도 '갑질' 기자, 공무원 얼굴 8차례 때려”에 의하면, 사실관계가 분명해졌다. 드러난 사실(fact)을 정리하면 이렇다.

-42살의 기자가 57살의 공무원을 폭행했다.

-한두차례 우발적인 폭행이 아니라 팔꿈치 등으로 8 차례 가격했다.

-폭행을 당한 공무원은 유서를 남기고 4층 건물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

-때린 기자는 사건후 제주시장, 전제주지사 등과 16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했다.

-기자가 “공무원을 그만 두게 만들겠다”는 협박을 가했다.

-기자가 소속된 제민일보는 사건초기 기사를 통해 ‘쌍방폭행’ ‘개인간 일탈’로 보도, 사건을 편파보도했다.

드러난 사실들만 정리해도 이 사건의 실체는 분명해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언급되지않으면서 매우 중요한 사실이 하나 밝혀지지않고 있다. 그것은 왜 논설위원이라는 기자가 국장급 공무원을 술집으로 끌고가 ‘술못마시겠다’는 국장을 폭행까지 하게 됐느냐는 이유다.

논설위원이라면, 비취재부서로 직접적으로 공무원을 취재할 일이 없다. 무슨 청탁이나 이권문제때문이 아니라면 취재문제로 자신보다 15살이나 많은 부모뻘 형님을 자살시도에 이르도록 폭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기자는 왜 지역사회에서 패륜행위를 했는지 동기는 사건수사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공익적 측면이 있는지 아니면 사사로운 개인 문제로 폭행에까지 이르렀는지는 언론범죄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역사회의 언론 문제는 서울보다 훨씬 심각하다. 여전히 협박이 통용되며 여전히 언론사의 갑질은 지역 공무원, 지역 공기업을 대상으로 광고, 행사협찬 등으로 그치지않는다. 지역언론 지원법을 만들어 지원은 하지만 사이비는 솎아내지 못하면서 지역언론의 난립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다 정체불명의 수많은 인터넷 언론까지 가세하며 사이비 언론 시비는 세월이 흘러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않는다.

42살의 지역 기자가 57살의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회는 비참하다. 여기다 사과는커녕 지면을 사사롭게 동원하여 ‘폭행은 없었다’ ‘쌍방폭행이다’ 등으로 진실을 흐리다가 뒤늦게 제민일보는 4일자 지면 신문에서 “기자 품위를 손상시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사과를 발표했다.

기자의 품위를 손상한 것, 맞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자의 품위 손상이 아니라 주요 취재원을 폭행하여 자살에 이르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살인미수죄에 대한 사죄를 제주도민에게 해야 한다. 더구나 사건직후 충분히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신문사 입장에서 즉각 대응하여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자체 징계를 내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는 입장의 글을 내보냈다. 이는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제민일보는 제주 지역에서 신뢰받는 공신력있는 언론사로 알려져있다. 신뢰를 쌓는데는 시간이 걸려도 잃어버리는데는 한순간이다. 자기식구 챙기기는 조폭이나 OECD 국가중 가장 신뢰받지못하는 법조계의 나쁜 전통이다. 언론계마저 그런 전통을 고수하려는 것은 주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이 사건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않았다. 경찰의 수사와 별개로 제민일보는 진실의 전모를 밝히고 향후 어떤 대책을 세워 제주도민과 공무원들을 위해 일할 것인지 공표해야 한다. 기자의 품위조항은 취재원을 폭행하고 그를 자살에 이르도록 하는데 무용지물이었다. 남의 도움으로 취재하는 기자가 취재원을 폭행한다는 것은 기자의 자살행위다. 그런 기자를 옹호하는 언론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정치계는 정풍이 절실하고 언론계는 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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