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공무원을 폭행해 투신했던 사건 조사 결과 기자의 일방적인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기자를 상해 및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현아무개 논설위원(42)은 지난달 19일 오후 11시 40분께 제주시 연동 사거리에서 백아무개(57)국장 일행을 우연히 마주쳤다. 이후 이들은 함께 술자리로 이동했는데 백 국장이 “술을 못 마시겠다”며 귀가하려고 하자, 현 논설위원은 팔꿈치로 백 국장의 얼굴과 목 등을 8차례에 걸쳐 때렸다. 이 장면은 주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현 논설위원이 백 국장에게 “공무원을 그만두게 만들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혐의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현 논설위원은 지난 달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나이도 얼마 안 되는 제가 무슨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한 바 있다. 그는 폭행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은 아니”라며 “서로 멱살을 잡고 밀고 당겼다”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공무원 폭행 논란 제민일보 논설위원 “개인 간 일탈일 뿐”>)

 

   
▲ 23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백 국장을 찾아 위로했다. 사진=노컷뉴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는 백 국장이 지난달 23일 제주도 연동이 있는 4층 건물에서 투신하기 직전 밝혔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당시 백 국장은 가족, 동료, 도의원 등에게 유서임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공무원 노동조합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부당한 언론에 흔들리지 말고 바른 사회를 꼭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게다가 경찰에 따르면 현 논설위원은 사건 발생 직후 김병립 제주시장과 김태환 전 제주지사 등 백 국장의 상사격인 공무원들과 16차례 통화했다. 경찰은 “백 국장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을 주기 위한 협박이나 강요를 했다고 볼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제주의소리에 따르면 김 시장은 경찰 조서에서 백 국장에게 합의를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발표가 나자 해당 사건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선긋기에 나섰던 제민일보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민일보는 4일자 지면 신문에서 “기자 품위를 손상시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사규에 따라 해당 기자에 대해 인사조치를 단행했고 향후 사건 결과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강구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폭행사실이 없다고 항변해온 기자는 도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무엇보다 사실에 기반해 진실을 알리는 기자로서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배신감은 더 크다”며 “같은 언론인으로써 이번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도민사회에 실망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협회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만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기자가 피해자 직장 상사와 왜 수차례 통화를 했는지, 주변에서 무차별적인 회유·협박은 없었는지 등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기자 신분을 내세워 갑질을 해서는 안된다”며 “그런 행태를 보이는 기자가 있다면 스스로 언론계를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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