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신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올해 초 한 강연회에서 “과거사위원회는 (조사 대상으로) 제일 먼저 부림 사건을 넣으려고 했다”고 주장한 내용이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고 이사장은 지난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행동본부 신년강연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자 과거사위원회가 생기지 않았느냐”며 “과거사위는 제일 먼저 부림사건을 넣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공안 검사 출신인 고 이사장은 1982년 부산지검 공안검사로서 ‘부림사건’을 담당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당국이 독서 모임을 하던 교사와 학생,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 수십 일 동안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19명을 구속한 사건이다. <관련기사 : “노무현은 민중·민주주의 병자, 신분숨겨 정권 잡아”>  

고 이사장은 대검 감찰부장(2004~2005년) 시절 “지금 노 대통령은 부림사건이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인 줄 알고 과거사위 조사 대상으로 넣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건 명백히 공산주의 운동이다. 대통령이 인권운동을 변호한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 운동을 변호한 것밖에 되지 않아 대통령한테 크게 누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당시 김승규 법무부장관(2004년 7월29일 ~ 2005년 6월29일)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고 이사장의 발언은 사실과 차이가 있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2005년 12월 1일 공식 발족했다.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관으로 설치된 과거사위는 항일 독립운동과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사건 등 왜곡되거나 은폐된 과거사를 조사했다.

과거사위의 조사 사건은 크게 ‘신청 사건’과 ‘직권조사 사건’으로 나뉜다. 피해자 등이 과거사 사건에 대한 조사 신청을 요구하면, 조사 여부를 위원회가 판단해 ‘조사개시결정’을 내린다. 혹은 직권으로 신청 없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이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인지 여부가 조사를 결정했다. 

부림사건 피해자들은 당시 조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 관계자 가운데 부림사건 피해자가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변호인으로서 변론을 맡은 바 있기 때문에 조사의 공정성 차원에서 신청을 포기했다. 

설동일 전 과거사위 사무처장은 4일 “부림사건 피해자들은 조사 신청을 하지 않았고, 직권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사위에 누가 될까봐서였다”며 “이 때문에 이후 부림사건 재판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설 전 처장을 포함해 부림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5명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열린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조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졌고 대통령은 과거사위 조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고영주 발언은 터무니없다.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승규 변호사는 “고영주 이사장이 과거사위 조사 과정을 몰라서 그런 발언을 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전한 적은 없다. 조사는 과거사위원회가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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