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과 맞섰던 독립PD들이 결국 이겼다. MBN 본사 PD가 외주제작 독립PD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MBN측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 폭행사건이 발생한 지 71일만이다. 독립PD들은 자신들의 처우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3일부로 MBN본사 앞 1인 시위를 중단했다. (관련기사:<뼈가 함몰됐지만…그는 병원 대신 편집실로 향했다>)

배철호 MBN 제작본부장은 지난 3일 독립PD들에게 보내는 사과문에서 “우리 제작국 소속PD와 프리랜서PD의 사건에 대해 제가 직접 외주제작사를 방문해 피해자와 회사 측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며 “취중에 벌어진 상황이라도 회사 차원에서 MBN 조직원과 방송인으로서 품위를 잃은 행위에 대해 엄중한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MBN PD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배 본부장은 재발방지대책 또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는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주제작사를 상대로 신고센터 운영 등 엄격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의 제도 마련에 앞서 모든 스태프는 작품을 함께 만드는 가족이라는 인식을 갖고 말과 행동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은 독립PD들에게도 유감의 뜻을 전했다. 

 

   
▲ 독립PD들이 지난달 10일 서울 MBN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MBN 폭행 사건과 관련해 1인 시위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논의하고 힘을 다지려던 자리는 ‘파티’로 바뀌었다. 사과에 대한 독립PD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방송국과 독립PD 사이의 갈등은 오랜 문제지만 독립PD들이 직접 나서 문제해결을 촉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칫 방송사에 밉보이면 이후로는 프로그램 제작이 어려워지는 탓이다. 지난 2012년에는 한 여성 독립PD가 성추행에 가까운 일을 당했으나 공론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국제분쟁 전문PD인 김영미PD는 “4년차 밖에 되지 않은 후배PD가 맞았다는 분노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묵과할 수 없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김 PD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피해자 PD는 사과를 받은 직후 협회에 연락해 “이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가해자와 피해자는 개인적으로 합의를 한 상황이다. 

이동기 협회장은 “우리가 사건 진위여부를 밝힐 수 있을까부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그리고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기록단 작업에 참여한 이승구PD도 “독립PD에게 1인 시위는 쉬운 일이 아니”라며 “거기 서 있으면 찍힌다. 1인 시위는 그런 불합리를 각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약 70명의 PD들이 1인 시위에 함께했다. 

방송사 정규직PD들이 힘을 보탠 것 역시 도움이 컸다고 PD들은 입을 모았다. KBS PD협회장을 역임하고 4일 제29대 한국PD연합회장에 취임한 안주식PD는 이날 축하자리에서 “사실 MBN 앞에 서면서 큰 절벽을 느꼈다. 독립PD들 대단하다”며 “이번 취임에 가장 큰 성과물이 이번 사건의 해결이라고 생각하고 PD연합회가 이 성과를 받아서 이어가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독립 PD협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독립PD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설 예정이다. 당장 잡힌 일정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다. PD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그간 독립PD들에게 행해진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할 예정이며, 오는 10월 국감에서는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알려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복진오 협회 권익위원장은 “방송사는 다른 기업보다 더 사회적 책임이 강해야 한다”며 “악착같이 요구했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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