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홍보실 한 직원이 출입 기자의 행실 등을 담은 글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달해 이른바 카톡 지라시(정보지) 형태로 다수의 기자들에게 유포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KBS와 A 인터넷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경 A사 소속 B 기자의 취재 행태와 외모에 대한 평가가 담긴 메모가 기자들 사이에 퍼졌다. 

이 카톡 메시지에는 B 기자의 실명과 출생년도, 소속 언론사 이름과 함께 지난해 3월~6월 KBS 기자간담회와 브라질에서 촬영한 음악 프로그램 취재 중에서 발생한 B 기자의 언행에 대한 평가가 담겨있다. B 기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음식에 대한 불평을 했고 홍보실 직원에게 무례한 언행을 일삼았으며 뒤풀이 분위기에 냉소적으로 반응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B 기자가 KBS가 비용을 부담하는 브라질 출장 당시 제작진에게 출장 기간을 늘려서 경유지인 뉴욕에 체류할 수 있도록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는 등의 이른바 기자 '갑질'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이 메시지에는 여성인 B기자 외모에 대한 평가와 출신 대학, 전공과 복수전공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본인의 학력을 상대방에게 노골적으로 자랑하는 스타일”, “KBS 보도국 기자를 꿈꾸고 있음” 등 평가도 들어갔다. 이 신문사는 이 같은 내용의 카톡 지라시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KBS에 항의해 원본 메시지의 출처가 KBS 홍보실 직원 D차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CC0. Pixabay.
 

B기자의 데스크 C씨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달 13일 해당 지라시를 받고 출처 확인과 동시에 B 기자에게 사실 확인 작업을 했다”며 “그 다음 주인 18일 KBS에서 내용을 처음으로 배포한 D차장을 데리고 와 사과했다”고 말했다. 

C씨는 내용에 대해 “지라시에 적힌 내용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서 특히 브라질 출장 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C씨에 따르면 B기자의 브라질 출장은 출입 기자단 내 해외 출장 순번에 따라 가게 된 것으로 경유가 필수인 브라질 특성상 중간 기착지인 뉴욕에서 B기자가 2박3일을 체류했다는 것이다. 

C씨는 “회사에 출장계와 휴가계가 모두 남아 있으며 당시 중간 기착지에서의 2박3일 체류를 위한 항공트랫짓 비용은 B기자가 자비로 지출했다”며 “당시 은행 거래 내역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20대 여성인 B기자가 자신의 외모까지 언급한 지라시를 보고 굉장히 큰 상처를 입었다”며 “현재 내근으로 돌려서 일을 하고 있는데 거의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C씨는 “새삼스럽게 1년도 전 일을 지금 문제 삼는 이유도 굉장히 의문이지만 카톡 메시지를 최초 작성한 KBS 직원이 ‘내 잘못이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BS 측은 '개인적인 일탈'일 뿐 KBS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KBS 홍보실 관계자가 해당 문건을 작성해 당일 오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모 기자에게 메시지로 건넸을 뿐인 데 이게 일파만파 퍼졌다는 것이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개인적인 험담을 메모 형태로 적어 유출한 것으로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홍보실 내부에서도 당일 날 이런 내용이 기자들 사이에 돌고나서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직원이 지라시를 유포했다기 보다는 기자 한 명에게 전달한 것 뿐이고 이게 어떻게 광범위하게 유포됐는지는 경찰 수사 등으로 확인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팀 직원들이 찾아가 사과를 했고 후속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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