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짜 대통령인 이유를 찾으라는 취지의 과제를 내 논란을 일으킨 최우원 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수업이 ‘정원미달’로 모두 폐강한 가운데, 학생들은 최 교수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지난 학기 수업에서 “인터넷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의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증거 자료를 찾아서 첨부하고, 만약 자기가 대법관이라면 이 같은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생각해서 이 사건을 평가하라”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이에 지난 6월 부산대총학회와 인문대학생회, 철학과학생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교수의 사과와 진상규명 및 학습권 피해 보상 등을 촉구했다. 

학교 측의 공식적인 징계는 떨어지지 않았으나 부산대 학생들은 그의 강의를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음으로써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문명, 종교, 역사창조와 인간’(교양과목), ‘생명과 의료의 윤리’(전공 선택과목)를 강의하려 했고, 대학원생 대상으로 ‘논문 연구’라는 수업을 하려 했다. 

하지만 학부 강의는 최저 수강인원 25명을 채우지 못했고, 대학원 수업은 수강 신청이 없었다. 최 교수의 강의 세 개가 모두 폐강된 것이다.

   
▲ 최우원 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인근에서 대북전단 살포 강행을 선언하며 진보단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석제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학생들이 행동으로 직접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최 교수가 이번 사태로 인해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지는 않았지만, 자기 수업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불명예”라고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1인 시위를 하는 등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박성민 부산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철학과)은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최 교수를 사실상 징계한 것”이라며 “언론을 포함한 주변에서 부산대 학생들에게 많은 칭찬을 보내고 있다. 이번 일은 학우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스스로 행동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폐강이 됐지만 학교는 최 교수의 강좌를 개설하려 했던 것”이라며 “최 교수가 정치적 신념을 강요하는 문제는 매해 반복됐다. 그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학교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사실상 유보 상태”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지난 2012년에도 철학과 전공시험에서 '종북 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문제를 내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 이 사건으로 최 교수는 ‘정직 3개월’을 받았지만 이후 그의 소청으로 정직 1개월로 감경됐다. 

학생들은 징계 및 재발 방지 대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유영현 부산대 인문대 학생회장은 “진상조사위를 꾸렸음에도 학교 본부 측은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조사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학생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돌려 그 결과를 학교 측에 알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유 회장은 “학생들이 강의를 수강할 때, 해당 교수가 어떤 징계를 받아왔는지 등을 알 수 있도록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며 “학우들과 논의를 거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민 총학생회 사무국장은 “단기적인 차원에서 폐강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학칙을 개정하고 윤리위원회 등을 만들어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시 즉각적인 징계 등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석제 총학생회장도 “윤리위원회 등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학칙에 근거해서 징계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여론을 수렴하고, 제도 개선 노력에 힘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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