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근헤 대통령의 의전 배치를 놓고 TV조선이 앞장서 박 대통령을 한껏 띄우는 보도를 내놨다. 

주로 행사 의전의 위치를 들어 박 대통령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는 식이다. 국가간 서열은 있을 수 없지만 외교상에서 의전 배치 순서는 서열을 암묵적으로 결정짓는 상징적인 것으로 통한다. 중국이 외교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의 순서라는 뜻도 담길 수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의전 자리는 한중관계를 전망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전 배치를 놓고 의미 부여 이상으로 주요 보도 내용이 박 대통령 띄우기에 집중되면서 맹목적인 박 대통령 찬양 보도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언론은 시진핑 오른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고, 왼편에 박 대통령이 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TV조선은 특보를 편성해 중국 전승절 행사를 생중계하면서 "박 대통령이 노란색 상의를 입었다고 한다. 사진핑 주석 옆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고 한다"며 열병식 때 시진핑 주석의 어느 쪽에 설지 관심을 모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오른편으로 푸틴 대통령 다음에 섰다. 의전 배치가 화면을 통해 확인되자 "박 대통령-푸틴 러시아 대통령-시진핑 주석-중국 주요인사들"이라는 타이틀로 속보가 떴다.

그리고 다음 "좌측은 중 국내 VIP, 우측은 국외 VIP 합리적 자리배치"라는 자막과 함께 출연자들은 박 대통령의 의전 자리가 최대한 예우를 받았다고 전했다.

국외 인사로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오른쪽 첫번째로 선 것이 러시아가 전승연합국이면서 중국과 사회주의 동맹 국가인 것을 감안한 것을 따졌을 때 푸틴 대통령 다음으로 박 대통령의 자리를 배치한 것은 합리적이면서 최대한 예우를 차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충분한 예우를 했기 대문에 더 하면 북한을 너무 자극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까지 내놨다.

박 대통령의 의전 배치와 함께 관심을 모은 것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의전 배치 자리였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자리는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 끝에 배치됐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과 비교하며 북중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도 언론의 단골 소재로 올랐다.

TV조선은 "북한 최룡해 시진핑 주석 오른편 첫줄 끝쪽에서 열병식 참석 VIP 가운데 사실상 말석에 위치"라는 자막을 띄웠고 사회자는 "(저기로) 쭉 더 가면 (최룡해가) 말석에 앉아있다"며 시진핑 주석가 '무려' 30미터 떨어져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자막에서도 "속보 박 대통령 최룡해 열병식 참관 위치 멀어 조우못할 듯"이라며 박 대통령과 자리와 최룡해 비서의 자리가 차이가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최룡해 비서를) VIP 예우를 해줄 클라스가 아니다"며 최 비서가 장관급이라는 점에서 말석 위치도 과분하다고 말했다. 최 비서의 의전 자리를 깎아내리면서 박 대통령을 띄우는 모습이다.

신 대표는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했다면 몇번째 자리에 앉았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집트, 카자흐스탄, 그 다음으로 한 10번째 9번째로 서지 않을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TV조선 보도 내용
 

신변잡기식 보도도 줄을 이었다. 노란색 옷을 입고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을 두고 "황금색 박 대통령-붉은색 평리위안 여사"라며 박 대통령이 '패션외교'의 선봉장에 선다는 보도가 나왔다.

TV조선 앵커였던 엄성섭 정치부 차장은 중국 현지 특파원으로 파견됐다. 엄 차장은 스튜디오와 연결한 인터뷰에서 여성 앵커가 "(평균신장 178센티 모델 출신 여군 의장대)많이 이뻤어요?"라고 묻자 "엄청난 미인이 나왔다"고 답했다. 채널A는 "박 대통령-시진핑 오찬, 십전 냉채 대파 해삼찜"이라는 자막을 띄워 박 대통령의 식사 메뉴까지 자세히 전했다.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외교 중심에 서 있는 건 분명하지만 언론이 한중 외교 문제의 핵심을 짚는 게 아니라 의전 배치에 대해 과도한 해석을 내리고 패션외교와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박 대통령의 띄우기에 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균형 외교를 해야 하는 중국와 일본,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번 전승절 행사 참석은 우리의 외교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와 일본의 반대에도 전승절 행사를 참석하면서 최대치의 외교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푸는 단초도 제공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확인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관련 문제를 주도하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 

언론이 의전 배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게 아니라 외교전에 뛰어든 박 대통령의 과제를 정리해주고 향후 외교관계를 전망하는 '진중한 보도'를 내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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