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지난달 25일 판문점에서 43시간의 회담 끝에 6개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전쟁을 불사하는 긴장 국면을 대화로 풀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만 이번 합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북 합의사항은 △당국회담 개최 △지뢰 폭발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북한 준전시상태 해제 △추석 이산가족상봉 진행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 등 6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일 오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일 오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경실련 통일협회 제공
 

이번 남북긴장과 합의 과정에서 북한의 약점이 노출됐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체제 내구력의 취약성이 노출됐다”며 “대북확성기 방송이라는 심리전 방식에 민감하게 대응한 것은 실제로 북한군에 대한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한국의 외교적 대응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합의 과정에서 강력한 한미동맹체제가 가동됐으며 한중협력을 동시에 조율하는 주체로 한국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의 한계도 존재한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지나쳐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남북이 다시는 전쟁불사의 상황까지 오지 않게 하느냐는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일회용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위성발사 명목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만약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북한의 도발로 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라며 “표현의 자유를 등에 업고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북한이 고사총 등을 사용할 수 있고, 이런 긴장관계는 8월 25일 합의를 얼마든지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10월 10일을 전후로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이번 협상이 핵과 미사일 의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어서 다른 대결 상황이 전개될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어떨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10월 16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강경책 등 역풍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중국 열병식 참석 이후 미국 분위기가 냉랭해지면 한국 정부 내의 대북 강경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한 달 간 박근혜 대통령의 신념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가운데). 사진=청와대
 

남북은 오는 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사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추석 전후로 상봉행사가 치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위원은 “한국이 바라는 정기적인 상봉 문제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성사 가능할 것”이라며 “상봉 장소로 금강산 면회소가 유력하며 이후 관광 재개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봤다. 

현재 합의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상시적인 대화가 정착되고 민간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정철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경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5·24조치가 사실상 효력이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윤 회장은 “정치군사적인 문제는 정치군사적으로 해결하되, 교류협력의 문제와는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교류협력에 정치적인 조건을 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견지했던 조건부 대북협력방식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며 “치솟는 박 대통령의 인기를 착각해서는 안 되는데 이는 전쟁을 억제한 것에 대한 박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