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여 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빌딩 앞은 붉게 물들었다. 녹색연합 환경운동가 배보람씨 등 활동가 6명은 2012년 3월 붉은색 페인트를 몸에 뿌리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했다. 

"구럼비(제주도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동남쪽 바닷가 일대)를 죽이지 말라"고 외치던 이들은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페인트를 몸에 뿌리며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나 삽시간에 질질 끌려나왔다.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여옥씨는 당시 “삼성물산은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시공사)들 가운데 핵심”이라며 “이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삼성물산 앞에서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경찰에 신고했고, 배씨 등은 경찰에 의해 임의동행됐다.

   
▲ 녹색연합 환경운동가 배보람씨 등 활동가 6명은 2012년 3월 붉은색 페인트를 몸에 뿌리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했다. (사진=참여연대)
 

검찰은 업무방해, 공동주거침입, 공동재물손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최근 대법원은 재물손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만 인정했다. 일부 유죄 판결에 따라 이들 은 50만 원씩 벌금을 내야 한다. 

이른바 ‘피흘리는 구럼비’ 퍼포먼스를 주도했던 활동가들이 2일 오전 서울 삼성물산 본관 앞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문화재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무시하며 마을 평화와 환경을 파괴한 삼성물산에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배보람 활동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강정마을 주민들, 연대했던 활동가들은 제주와 서울 법정을 오가면서 재판을 치러야 했고 그렇게 쌓인 벌금이 4억 원에 육박한다”며 “삼성물산은 환경영향평가 등을 어겼지만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군기지 반대활동으로 경찰에 연행된 인원은 673명. 이 가운데 600여 명은 형사처벌을 받거나 확정을 앞두고 있다. 활동가들은 부과된 벌금에 대해서도 “노역 등의 방법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피흘리는 구럼비’ 퍼포먼스를 주도했던 활동가들이 2일 오전 서울 삼성물산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무시하며 마을의 평화와 환경을 파괴한 삼성물산에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 7월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배상금 273억 원을 삼성물산에 물어준 뒤 시민단체에 받아내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군이 민간단체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삼성물산은 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비용 360억 원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250억 원이 인정된 것이다. 273억 원은 이자 23억 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와 해군, 업체가 수많은 불법을 저질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온갖 불법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한 국방부와 해군, 그리고 삼성물산은 더 큰 책임과 사법처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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