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당시 백령도의 TOD 초병이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최초 보고가 담긴 해병대 상황일지가 법정에 공개됐다. 처음 공개된 이 자료에는 사고 직후 백령도 경계초병(247초소)과 TOD초병(238초소)이 상황실에 어떻게 보고했는지가 기록돼 있다. 경계초병은 낙뢰소리를 들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두고 가장 근접한 초소에서 처음 감지한 소리가 쿵소리였다는 것은 큰 폭발이 있었다고 보기엔 거리가 있는 기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조사위원)의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노종면 당시 천안함 조사·보도 언론검증위원회 책임연구위원(전 YTN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신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상황일지를 제시했다.

해병대 6여단 62대대장이 2010년 7월 12일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이 ‘상황일지’는 그해 3월 26일(금요일) 백령도 서·북방 지역 초소에서 올라온 보고사항(20시30분부터 21시25분까지만 기록)이 기재된 1페이지 짜리로 돼 있었다. 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상황일지를 보면 백령도 247초소에 근무중이던 박아무개 상병이 2010년 3월 26일 21시23분 상황실의 유아무개 상병에게 “21(시)23(분) 247(초소에서) ∠270도 낙뢰소리 청취”라고 보고한 것으로 기재돼있다. 또한 잇달아 같은 시각(21시23분) 238 (TOD) 초소의 이아무개 일병이 상황실 유 상병에게 “21(시)23(분) 238(초소에서) 쿵소리 들림”이라고 보고했다고 써있다.

이어 2분 뒤인 21시25분 238초소의 이 일병이 상황실 유 상병에게 “21(시)25(분) 238(초소에서) ∠225도 4km PCC 기울어져 가라앉는 형태”라고 보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검찰이 31일 법정에 제출한 천안함 침몰당시 백령도 초소의 상황일지.
 

앞서 이 상황일지엔 그날 20시51분 238초소의 이 일병이 상황실 유 상병에게 “20(시)48(분) 238(초소에서) ∠245도 5km PCC 1척”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천안함의 정상기동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여겨진다. 같은 시각 이 일병은 유상병에게 “20(시)48(분) ∠310도 12(km) 중·조(중국 조업선의 약어인듯함) 1척”으로 함께 보고했다고 기록됐다.

이 같은 일지를 본 일이 있느냐는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에 이날 출석한 노종면 전 검증위원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신상철 대표 측 김남주 변호사는 “백령도 초병과 TOD 초병 진술의 핵심은 물기둥을 봤느냐 여부인데, 상황일지엔 238초소에서 225도 각도에서 본 것이라고 하지만, 섬광과 물기둥에 대해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전 위원은 “방위각의 경우 TOD 상의 PCC를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그 시각 TOD를 보면 226도 정도인 것으로 우리(검증위) 보고서상에 나와있다”고 전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초소에서 사고당시 낙뢰소리 또는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보고내용은 폭발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된다”며 “그러한 사고에 관한 기록을 작성한 보고에서 소리 외에 폭발로 인한 섬광이나 물기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배척하는 정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8일 이 재판에 출석한 천안함 전탐장 김수길 상사의 증언과 유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김 상사는 어뢰 폭발 충격 지점이라는 곳과 가장 근접한 ‘CPO실(수면하침실)’에서 취침하려던 중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쿵소리(를 들은 뒤) 반동에 의해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하고 튀어 나와 나가려고 하고 있었으며, 그 후 들었던 ‘쾅’ 소리는 처음 ‘쿵’ 소리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번째 쾅 할 때도) 물체(함정)와 배(천안함)가 부딪힌 것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백령도 사고해역. 위령탑(사고직후를 관측한 247 초소에 세워진 탑)에서 본 해역. 사진=백령도, 조현호 기자
 

한편,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이 같은 상황일지를 토대로 백령도 초병의 백색섬광 목격 진술(280도, 2~3시, 두무진돌출부 방향) 가운데 280도와 270도와 거의 유사한 데 착오를 일으킨 것 아니겠느냐는 것을 노 전 위원에게 입증하려 애를 썼다.

최행관 검사는 “초소와 두무진 돌출부와 거리 3km, 낮에도 해무가 끼면 두무진 돌출부가 잘 안보이고, 야간에 500m도 보이지 않는다고 진술했을 뿐 아니라 해무가 있을 경우 빛이 반사돼 산란되는 것을 보면 (초병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 않느냐)”라고 신문했다.

이에 노 전 위원은 “해병대 초병이며 상병이라면 경계에 있어서는 전문가에 해당한다”며 “육안으로 보이는지 여부로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형지물이나 나무, 초소의 형태로 판단하도록 당연히 교육받았을 것이다. 해무가 낀다고 방향을 모를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더구나 해병이 그렇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초소 난간에서 270도 방향이면 정면에 해당하고, 280도 정면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거듭된 검찰 신문에 노 전 위원은 “우리는 백색섬광의 위치 280도와 2~3시, 두무진 돌출부 쪽이라는 진술을 종합해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최 검사가 ‘시정이 500m 밖에 되지 않고, 섬광위치에서 산란돼 보인다면 초병이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어떠한가’라고 묻자 노 전 위원은 “우리는 238 초소(의 TOD상 천안함 위치)만 고려하지 않았을 뿐 나머지는 대부분 고려했다”며 “우리가 종합한 결과는 백령도 초병들의 진술은 (위치가 정확한지를) 신뢰할 수 없으니 증거에서 배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합조단은 진술에 나온 각도를 왜곡해가면서 보고서에 증거로 수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전 위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언론검증위의 백령도 초병 진술 판단을 뒤집으려 했으나 오히려 국방부가 왜곡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합조단 보고서엔 백령도 (247초소) 초병들이 백색섬광을 270도 방향에서 목격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이들의 진술서엔 280도로 적혀있다. 더구나 이날 공개한 상황일지에 247초소의 박 상병이 상황실에 270도 방향으로 진술했으나 이는 낙뢰소리를 청취한 방향이 270도라고 기재돼 있다. 노 전 위원은 “상황일지엔 270도에서 낙뢰소리를 들었다고 돼 있는데, 보고서엔 섬광을 본 위치가 270도라고 바꿔서 작성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위원은 ‘백령도 초병들이 최초보고이므로 헷갈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존의 군 주장에 대해 “헷갈리는 것이라면 보고서에 쓰지 말았어야 했다”며 “우리가 백령도 초병의 진술은 증거로 배제하라고 했으나 군이 목격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다 보니 진술을 왜곡까지 하게 된 것이며, 검찰은 내 증언 반박하려다 되레 자신의 근거가 빈약함을 한 번 더 입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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