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지도를 계기로 수면위에 드러난 한국 역사학계의 중화 사대주의와 친일잔재를 고발해오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소장은 저서 ‘우리안의 식민사관’(만권당 펴냄)에서 김현구 고려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의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창비 펴냄)를 식민사관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 소장에 대해 민사상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과 형사상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김현구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왜의 야마토정권이 보낸 호즈미노오미 오시야마(지방장관)가 영산강 동쪽까지 다스렸다고 밝혔다. 이는 백제왕실에서 파견한 것이 아니라 야마토에서 직접 파견한 인물(직접 왜와 교류관계에 있던 지방수장)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같은 주장이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의 이마니시 류가 펼친 주장의 아류이며 일제 패망 이후 일본으로 쫓겨간 조선사편수회의 스에마쓰 야스카즈가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한국을 다시 점령할 수 있으니 힘을 내라고 쓴 ‘임나흥망사’에서 펼친 논리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저서에서 김 교수는 일본 극우파 역사 교과서인 후소샤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에서 사용한 지도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 소장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김 교수는 고검에 항고했다. 이 소장의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이다. 이 소장은 “학문의 자유를 인정하기는커녕 거대한 (식민사학) 카르텔이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사진=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제공
 

 
이 소장이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역사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식민사학을 거부하며 민족주의 사학을 고집하다 학교를 떠난 김용섭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를 떠나며 낸 회고록 ‘역사의 오솔길을 가면서’에는 한국 사학계가 식민사관을 왜 극복하지 못하게 됐는지에 대한 일화가 있다.  

김용섭 전 교수는 한우근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일본 덴리교(천리교)에 초대됐다. 덴리교는 일제 패망 이후에도 일제군국주의를 지원하는 종교다. 김 전 교수는 일제식민사학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일본행을 사양했다. 이 외에도 김철준, 김원룡, 이기백, 이기동, 노태돈, 송호정 등의 학자는 친일파 이병도 전 서울대 교수를 계승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 소장은 저서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에서 “쓰에마쓰 야스카즈(임나흥망사의 저자)는 경성제국대학이었던 서울대에 드나들며 한국학자들을 가르쳤다”며 “김현구 교수도 일본 문부성 장학금을 받고 일본 유학을 갔고 온 사람인데 문부성 장학생들은 거의 친일파가 돼 돌아온다고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병도 전 교수는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국사편찬위원회 전신)에서 활동한 친일파다.  

이 소장은 “현재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은 일관된 사관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족의 뿌리인 고대사를 1차 사료에 근거하지 않고 한사군한반도설, 임나일본부설을 계승해 서술했다가 지적을 받으면 조금 수정할 뿐이고, 근현대사로 오면 주체적 관점의 독립운동사가 일부 등장하는 등 분절적인 역사관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현재 교과서 논란을 보면 이승만을 국부로 삼느냐 마느냐와 같은 개인적 평가가 부각되고 있는데 고대부터 현대까지 ‘주인의 역사관’으로 서술하면 이승만이 왜 임시정부에서 탄핵될 수밖에 없는지, 독립운동가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사실 교과서 검인정도 세세한 지침이 내려오는 것이라서 국정화와 큰 차이는 없는데 약간의 융통성이 허용되는 거다. (친일사관 논란이 있었던) 교학사 교과서 비슷한 것으로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역사를 시대별로 따로 이해해야하니까 역사교육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국정화를 막는 것 뿐 아니라 ‘일관된 (주인)사관’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이덕일 지음/ 만권당 펴냄
 

언론의 책임도 있다. 이 소장은 “역사 청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며 “이병도를 근대 민족주의자로 띄우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뤼순 감옥에서 돌아가신 단재 신채호 선생을 매도하는 박노자 같은 사람을 띄운 곳은 한겨레와 같은 ‘진보’라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박노자 교수의 다수 글과 저서는 실제로 식민사관의 견해를 수용했다고 비판받는 이병도·노태돈·송호정 등 서울대 교수의 글을 많이 참고했다. 

박노자 교수는 신채호 선생이 “만주까지 지배하는 강력한 우리나라”를 강조한 것을 중국 저임금 노동시장에 진출하려는 자본가들의 의식을 반영한다거나 전근대적인 사고에 머무르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한 두 해 식민사관에 대해 연구한 것이 아닌데 하면 할수록 새로운 (역사왜곡) 사실들이 등장한다”며 놀란 이 소장은 현재 7명의 박사급 연구원들과 함께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에서 ‘매국사관’을 파헤치고 있다.

이 소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을 세워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상원조사국에 동북공정 관련 내용을 보냈다. 국립중앙박물관 연표에는 고조선이 빠졌다가 강하게 항의하자 다시 넣었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항상 감시해야한다.” 

한중일은 아직도 제국주의 관점에서 국가의 세금으로 고대사를 서술하고 있다. 이 소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민족주의 사학한다고 매도당하냐”며 “언젠가 다시 제국이 한반도에 들어왔을 때 깃발 들고 매국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또 나올지도 모르고, 만약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세금 투입된 지도에서 중국 편 들어주는데 과연 북한이 우리영토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소장은 “한국처럼 1차 사료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수준의 학자들이 막강한 식민사학 카르텔을 갖고 있고, 중국처럼 공산당 차원에서 동북공정을 추진하거나, 일본처럼 극우파에서 적극 지원하면 조금은 (식민사관의 역사왜곡이) 연장되겠지만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인류 학문사란 진실을 간파한 소수 사람들의 학설이 결국 보편적 학설이 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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