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고 난 후 인성지도사 자격증이 남발되고 학생들이 개인과외를 받는 등 이상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입시 전형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교육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애초 법 제정 당시 국가주도의 인성교육이 과연 가능하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법 시행 후엔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21일 공포 시행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입법에 탄력을 받았고 결국 국가가 법을 통해 인성교육을 관장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성교육이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시행되고 법의 목적인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자는 취지를 만족시킬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이 강화되면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수치화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 시행 전 교육부는 인성 자가진단법을 내놓았지만 뻔한 질문에 맞춤형 답변이 보이는 질문 내용으로 채워져 비아냥을 받아야만 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선 인성교육의 성과를 원하는 교육부에 맞춰 보고서만 잔뜩 올리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토로한다. 

교육부는 초중등학교의 교육 운영 및 대학의 대입전형 과정에 인성 항목만을 별도로 계량화해 평가하거나 독자적인 전형요소로 반영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현행 학생부 종합전형 서류 면접평가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성에 대한 평가는 대학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하면서 대학별로 맞춤형 사교육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는 인성교육 열풍이 감지된다. 인성교육을 주제로 한 개인 과외는 물론 수십만원에 이르는 커리큘럼이 나왔다. 인성급수 자격 시험이라는 정체 불명의 시험에 응시한 사람도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31일 학원총연합회와 간담회를 개최해 “인성교육진흥법 내용과 다른 사실을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허위정보 안내 및 과장하여 상담 권유하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당부했지만 현실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성지도사 강사 자격증 안내 문구를 보면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이후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당 광고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중고에서 인성교육을 필수적으로 교육을 해야하기 때문에 인성지도사 강사가 많이 필요하다"며 "3회 교육으로 자격증을 발급한다. 교육비+자격증 15만원"이라고 밝혔다. 

"한국 직업 능력 개발원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이다. 인성교육법 시행에 따라 모든 지자체 및 교육관련기관은 인성교육 중장기 및 단기계획을 수립해 실시해야 하며 인성교육실시 결과를 보고하게 되어 있다"며 자격증 취득을 유혹하는 광고 문구가 많다. 

실제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은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해 교육감에 통보하고 교육감은 지방자치단체의 연도별 인성교육시행계획을 매 학년도 시행 3개월 전에 수립해 소속 학교 및 기관에 통보하게 돼 있다. 일선 학교에서 통보되는 시행게획은 지역 인성교육 우수 사례 발굴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성교육 평가는 종합계획 또는 시행계획의 달성 정도와 인성교육 지원 사업 및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등을 평가하게 된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기준에 맞춰 학교 현장에서 끼워맞추기식 성과 위주로 인성 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인성 전공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공익법인,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해 인성교육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민간 시장에선 성과 위주의 학교 현장에서 인성지도사의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건강사회를 위한 인성운동 세미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 국회의장은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표 발의했다.
 

전라남도 광주 지역 사립학교의 한 교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학교 주변엔 벌써 인성교육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내용의 전단지가 붙어 있다. 보고 성과를 위해 외부 강사 초빙을 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수요를 민간 시장도 알아차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교육청은 인성교육 실천주간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해 통계를 내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인성교육 운영 모범 사례 및 연수 전문가 발굴, 계획서 사례 발표, 인성교육을 주제로 한 교사 동아리 공모 등 인성 교육 관련 지시가 쏟아지고 있다.

광주시 교육청이 작성한 2015 인성교육 강화 기본계획에 따르면 △인성교육 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 개최 △현직 및 예비 교원 대상 인성교육 연수 강화 △인성교육중심 수업 우수사례 공모전 개최 및 입상자 포상 △자랑스러운 광주학생 표창-효 실천, 정직, 인권존중, 신뢰, 봉사 등의 영역으로 연2회(6월, 12월) 정기 표창 실시 △예비교원 양성단계에서 인성교육 강화-교직 인적성검사실시 의무 사항 법제화 △가정의 인성교육 역할 강화를 위한 밥상머리교육 강화 등이 명시돼 있다. 

교사는 “인성이라는 개념이 정리가 안돼 있어서 인권까지 어거지로 끼워서 교육을 하라고 하고 생명존중, 안전교육 연수에 더해 이젠 인성교육 연수까지 받아야 해서 죽을 맛"이라며 "인성교육은 법으로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성교육 정책의 목표와 추진방향, 종합계획 등을 정하는 인성교육진흥위원회 구성도 투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성교육진흥위원회는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명과 법조계 종교계 언론계 문화계와 비영리민간단체의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사람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20명이 초중고등학교 인성교육의 기준과 방향을 결정하는만큼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선 기준이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는 "위원 추천을 받아 제척사항을 보고 위원회 구성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지난 7월 시행되다보니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다. 9월 중 마무리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민간자격증 등 인성교육 이상 열풍과 관련해 "인성교육을 강조하다보니 떠오르고 있는데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막을 수 있다. 민간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만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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