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디어그룹의 자회사로 TV조선의 촬영업무를 담당하는 조선영상비전의 부장급 간부가 후배 직원의 개인 카카오톡을 열람하며 부하 직원들의 사적 대화내용까지 엿보고 있었다는 주장이 사내에서 제기됐다. 간부의 지시로 동료들의 사적 대화내용을 공개해야 했던 직원은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조선영상비전 소속으로 TV조선 보도 영상을 담당하는 카메라 기자 A씨는 최근 사내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직속상사 B씨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반발로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언론사 내부에서 갑을관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사내정보원으로 이용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A씨에 따르면 지난 5월29일 직속상사 B씨는 “개인적으로 보고할 내용이 없냐”, “너희 분위기 안 좋은 거 알고 있다. 카톡 단체방 있지?”라며 A씨에게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사적 내용이 많아 보여드릴 수 없다”고 거부했으나 “카톡방 열어” 같은 위압적 언행이 거듭되자 결국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해제했다. A씨는 “직속상사인 그가 근무배치나 인사평가 등 불이익을 줄 것이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B씨는 비밀번호가 해제된 핸드폰을 낚아채 그대로 편집실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A씨는 “핸드폰을 빼앗기고 마치 강제로 알몸으로 벗겨진 것 같은 수치심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그간 B씨로부터 “너는 내가 뽑았으니 내 말을 잘 들어야한다”, “부서원들 사이에 나에 대한 언급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정황상 B씨는 A씨에게 사내 정보원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비춰진다. 이에 A씨는 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TV조선 사옥. ⓒTV조선
 

A씨는 “부원들 중에는 제가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선배들이 많다. 이번일로 그 선배들을 포함한 부원들 모두에게 피해를 입혀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A씨는 “B씨가 확인한 카카오톡 단체 방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나 불만 따위의 것들이 적혀있었다. 그것들은 일종의 푸념이자 서로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했고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기에 일개 신입사원의 핸드폰을 빼앗아 간 것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회사에서 B씨를 마주칠 때마다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긴장되고 그날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며 사직의사를 밝혔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민아 노무사는 “직장 내 권력관계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가져간 것으로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라고 지적했다. A씨의 글을 읽어본 TV조선의 한 사원은 “내부에서 해당 글이 돌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TV조선의 사원은 “이야기만 들어도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A씨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고자 당사자인 B씨와 통화했다. B씨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 달라”, “회의 중이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에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