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500일이었다. ‘500일 소식’을 전한 언론은 일부에 불과했다. 언론은 지난해 참사 당시 잇따른 오보와 선정 보도 등으로 공개 반성문까지 썼지만 어느덧 진실 앞에 다시 재갈을 물었다. 

언론이 ‘땡박뉴스’를 전하고 있을 때 세월호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언론이 연일 무더위 리포트를 쏟아낼 때 유가족과 연대했던 활동가는 구속됐다. 

노골적으로 유가족을 공격하기도 했다. 언론은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까지 불사했던 유가족의 신상을 털기도 했고, 공영방송은 광화문 광장을 ‘싸움판’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 한겨레 28일자 8면.
 

28일 당일 조간 신문사들을 보자. 한겨레 정도만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착잡하게 바라보는 유가족 목소리를 전했을 뿐이다. <관련기사 : 세월호 500일…“진상규명돼야 아이들이 이곳을 떠날수 있어”

이 기사에서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을 넘어 500일이 다가오는데도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가 한 일이 없으니 우리도 변한 게 없다. 지친 영혼들이 하루빨리 안식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국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상규명을 위해 한 일이 없는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건만 도리어 세월호 진상규명에 사실상을 손을 뗀 모습이다. 29일에도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편지(한겨레), 문인들의 SNS 추도 물결(한국일보) 등만이 쓸쓸한 ‘500일’을 위무해주는 보도였다. 

   
▲ 세계일보 29일자 10면.
 

세계일보는 이날 <세월호 인양·배상작업 잰걸음>이라고 제목을 뽑고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과 배·보상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업체인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침몰지점에 닻을 내리고 해상기지에 머물며 인양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지난 19일 첫 수중조사에 나선 상하이샐비지 소속 잠수사들은 이날 처음으로 선체 진입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뉴스타파는 “세월호 인양 업체로 선정된 상하이샐비지의 현장조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양 입찰 평가에서 기술평가 최고점을 받았던 업체는 네덜란드 스미트와 국내 코리아샐비지 컨소시엄이었던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며 “정부가 인양 비용을 낮추는 데만 몰두하다 최선의 인양 방식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기사는 어디를 대변한 것일까.

지상파 방송은 어땠을까. 지난 28~29일 지상파 3사에서 관련 보도가 없었다. 28일 오후 안산문화광장에서 4.16연대 등의 주최로 500일 추모 문화제가 열렸고, 29일 토요일 서울역·광화문 광장 등에서 추모 국민대회가 열렸음에도 말이다. 

이들 3사가 29일 공통적으로 내보낸 리포트는 “가을이 왔다”는 날씨 보도였다. KBS 뉴스9은 6번째 꼭지를 통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다”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14번째 꼭지에서 관련 내용을 전하며 “여름은 끝나가고 가을은 성큼 다가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SBS 8뉴스도 10번째 리포트에서 “한낮에는 덥지만,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성큼 다가온 가을을 실감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편일률적인 날씨 보도다. 

가을이 왔건만 진상규명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언론의 침묵은 세월호 구조에 100% 실패한,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현 정부에 이로운 일이다. 지독한 ‘권언유착’에 유가족들은 지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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