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국회의원 자녀의 공직임용과 취업 관련한 특혜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자녀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일부에선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사법시험의 존치를 주장한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로스쿨 입학과 졸업 후 취업에 있어서 ‘실력’이 아니라 ‘빽’에 의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인 양성 제도로서 로스쿨은 노무현 정부 때 국제화 다원화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 인력을 양성하여 법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인데, 일부 계층의 ‘특권화’된 법조인 진출 제도로 이용될 수 있다는 현실이 아쉽다.

이처럼 본래의 목적과 취지와는 다르게 운용되는 문제, 특히 부당하게 악용되어 제도의 변질로까지 거론되는 제도들이 제법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주식회사 ‘사외이사’,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등의 병역특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등이 떠오른다. 스포츠와 관련한 제도 중에서 변질되어 운용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은 없을까? 아쉽게도 변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제도들이 있다. 최근 도핑에 이어 음주운전의 파문에 휩싸인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강수일 선수와 관련하여 ‘임의탈퇴’ 제도가 떠오른다.

원래의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게 변질 논란을 일으킨 로스쿨 제도

‘제주’는 지난 25일 오후에 24일 새벽 발생한 강수일 선수의 음주운전 및 그에 따른 사고에 대해서 연맹 및 구단 규정 그리고 계약사항에 의거하여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강수일 선수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관한 언론의 보도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언론 기사는 ‘제주’가 강수일 선수에 대한 ‘징계’로 임의탈퇴 결정을 하였다는 취지였다. 일부 언론 기사는 임의탈퇴는 선수의 과오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는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그런데 위 기사 내용은 독자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 임의탈퇴의 변질을 말하기에 앞서 임의탈퇴의 본질을 먼저 말해야겠다.

임의탈퇴 제도는 원래 선수계약과 관련하여 구단과 리그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된 것이다. 선수계약 체결 후 선수가 임의로 선수계약을 해지하거나 무단 이탈하는 경우에(‘임의’로 탈퇴하는 경우에)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구단과 리그는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없는 맹점이 있다. 그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단체법적 측면에서 해당 선수가 타 구단 소속선수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선수계약과 관련하여 구단의 요청에 따른 연맹(협회)의 공시에 의해 복귀조건부로 선수계약의 효력이 일지 정지되는 것이다. 구단이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단의 요청으로 연맹의 공시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선수 측의 선수계약 해지 주장 또는 무단 이탈에 대한 구단의 보호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 2014년 12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위한 자선경기를 펼친 가운데 청룡팀의 강수일과 백호팀의 이종호가 공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즉 임의탈퇴는 ‘징계’가 아니다. 징계는 연맹 정관 또는 상벌규정에 의해 징계대상이 되는 행위를 한 구단 또는 선수에게 내리는 ‘벌’이다. 프로축구의 경우 K리그 「상벌규정」은 개인(선수)에 대한 징계로 경고, 제재금, 특정수의 경기나 특정기간 또는 영구 출장정지, 모든 직무(선수자격 및 구단 및 연맹에서 부여받은 직무)의 일시적 또는 영구적 자격정지로 정하고 있다. 임의탈퇴는 선수의 과오가 없는 경우에도 복귀조건부로 선수활동을 정지하는 것이므로 선수의 과오에 의한 계약 해지라는 말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선수에 대한 제재(징계)와 구단 이익 수단으로 변질돼버린 임의탈퇴 제도

한편 임의탈퇴의 강제성에 비추어 ‘임의탈퇴’ 용어의 부적절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일간스포츠 최민규 기자가 “KBO 규약은 일본 프로야구 규약을 베끼다시피했고, 일본 규약은 메이저리그 제도를 답습했다. 일본 규약에는 '임의은퇴'로 돼 있다. '임의'라는 말은 일본에서 빌려온 것이다. 메이저리그 규약에서 '임의탈퇴'는 'Voluntary Retirement'다. '자진은퇴'쯤 된다.”며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임의탈퇴 용어가 잘못 쓰인다고 한 지적도 참고할 만 하다([최민규의 친뮤직] 임의탈퇴, '징계'로 이용되는 '자진'은퇴, 일간스포츠, 2015. 6. 27.입력).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임의탈퇴 제도가 선수에 대한 보복 내지 제재와 선수에 대한 연봉 미지급의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실제 여럿 있었고 프로스포츠 임의탈퇴 제도 규정상 그러한 변질로의 운영 가능성이 있다. 프로축구의 경우를 보자.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2장 제9조(임의탈퇴 선수)는 클럽은 “보유선수가 제반규정 또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을 위반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규정을 위반하거나 선수계약 사항을 위반하는 경우에 구단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구단으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규정 위반 또는 계약 위반 혐의가 있는 선수를 연맹의 준사법적 기구인 ‘상벌위원회’의 제소 및 심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수의 방어권이 박탈된 상황에서 징계에 버금가는 어쩌면 더 중한 제재라고 볼 수 있는 임의탈퇴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징계“와 달리 임의탈퇴는 연봉이 지급되지 않으므로 인건비 절감의 효과가 있고 타 구단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구단에게 효용성이 크다. 강수일 선수의 경우 ’제주‘가 그런 의도에서 한 것이라고 믿지 않지만 결과에서는 그렇다. 음주운전 관련 사건과 관련하여 강수일 선수에게 엄중한 처분을 하려면 한국프로축구연맹 징계절차를 통해 엄중한 징계를 받게 하면 되고, 같이 갈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선수계약을 해지하고 이른바 ’방출‘해 버리면 되는 것이다. 징계라는 ’포장‘까지 하면서 임의탈퇴를 요청하였다는 것은 맞지 않다.  

임의탈퇴의 요건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처음의 규정에서부터 그렇게 정해졌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만약 그랬다면 제도의 본질을 왜곡한 제정이고, 중간에 그렇게 개정이 되었다면 제도의 본질을 외면한 개정이다. 그러한 변질된 ‘임의탈퇴’로 강수일 선수는 임의로 탈퇴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탈퇴 당하게 될 위험에 놓인 것이다. 

<필/자/소/개>
필자는 운동선수 출신의 변호사이다.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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