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거부 사태로 파행을 거듭하던 국민TV 미디어협동조합(미협)이 29일 임시총회를 열고 새 이사장으로 현상윤 전 KBS노조위원장을 선출했다. 미협은 이날 공석이었던 이사 4명을 선출했다. 이번에 뽑힌 4명의 이사는 모두 1기 경영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석 이사장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임시총회에 불참했다. 사실상 조합원들의 의지로 1기 경영진은 불신임을 받고 퇴장하게 됐다. 임시총회로 새로 꾸려진 경영진이 국민TV사태를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날 임시총회의 관건은 총회 성사였다. 과거 성원 부족으로 총회가 무산된 일도 있었다. 사무국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대의원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자 ‘총회 무산 시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미협은 29일 오후 1시30분경 대의원 성원 242명 중 과반을 넘긴 122명이 참석해 총회가 성사됐다. 임원 투표에는 대의원 149명이 참여했다. 

임원 투표 결과 현상윤(경영부문), 이강윤(대외협력부문), 전영관(사업부문), 황웅길(조합원교육부문)씨가 새 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곧바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호선을 통해 현상윤 이사를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신임 현상윤 이사장은 1985년 KBS에 PD로 입사해 1999년 KBS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2002~2004년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KBS에서 정년퇴임한 뒤 새언론포럼 회장을 맡아왔다. 현 이사장은 ‘국민TV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다 이사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상윤 신임 미디어협동조합 이사장. ⓒ언론노조
 

현상윤 이사장은 당선소감을 통해 “실망시키지 않겠다. 제작거부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고 재정비해서 달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29일로 39일째 제작거부 중인 국민TV노동조합은 임시총회 임원선출 결과에 환영입장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새 경영진이 사태 수습을 위해 전향적 판단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이사가 됐기 때문에 기대가 많다”고 밝힌 뒤 “방송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에 노조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TV노조 조합원들은 일방적 조직개편‧인사이동과 대자보 부착관련자 징계에 반발하며 지난 7월 22일 제작거부에 돌입한 바 있다. 

한편 국민TV제작거부사태에서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던 서영석 전 이사장과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이날 임시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무국은 “서영석 이사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영석 이사는 이사장직 사퇴를 공언한 뒤에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제작거부 중인 조합원을 중징계하고 갖가지 언행으로 사내외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다. 그는 이사장에선 사퇴했으나 이사직에선 물러나지 않았다. 

조상운 전 사무국장은 최근 라디오제작팀장으로 보직이 이동됐다. 조상운 팀장은 지난 27일 미디어협동조합 직원들에게 “공정노동조합 출범을 공식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초대 노조위원장은 조상운 팀장 본인이다. 조상운 팀장은 “공정노조는 취업규칙 등 규정을 준수하는 준법 노조를 표방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디어협동조합은 복수노조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국민TV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새 경영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세운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지난 7월 22일 국민TV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제작거부 기자회견 모습. ⓒ언론노조
 

미디어협동조합 이사진은 모두 7명이다. 이들이 제작거부로 중징계를 받았던 국민TV노조 조합원들의 징계 철회와 제작거부 발단 가운데 하나였던 조직개편안 논란을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미디어협동조합의 큰 문제로 꼽혔던 경영진의 ‘소통부재’ 논란을 어떤 식으로 개선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1기 경영진의 퇴진을 주장했던 노종면 전 보도제작국장과 김용민 전 라디오국장, 1기 경영진을 비판하며 출연거부에 나섰던 출연진 30여명의 국민TV 합류여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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