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검증 조작 및 생태계 파괴 논란 속에서도 28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이 주재하는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개최된 국립공원위원회는 장시간의 논의끝에 저녁 7시경 사업안을 가결시켰다. 양양군이 제출한 계획에 7가지 부분을 보완할 것을 전제하긴 했지만, 오색케이블카의 구간이나 사업 내용은 원안 그대로다. 

설악산 오색지구에서 출발하는 오색케이블카는 대청봉에서 불과 1.4킬로 거리인 끝청으로 연결되는데, 이 노선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설악산 중에서도 아고산대 식생과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 등 희귀동식물의 보고로 꼽힌다. 

아고산 식생 지대나 멸종위기종의 산란처 등엔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한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이미 2012년과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차례나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추진” 지시 이후 3번째로 시도되는 오색케이블카는 승인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정부와 강원도 등에 의해 추진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양양군은 아고산대 식생 지역인 5번 지주 윗쪽의 산양 서식 사실을 보고서에 누락하고, 강원도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의뢰한 경제성 검증은 오색지구의 케이블카 탑승객이 오색지구 방문객 보다 더 많게 책정되는 등 탑승률 조작과 부풀리기 논란을 일으켰다.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내용과 조감도. 사진=양양군의 설악산 국립공원 공원계획 변경(안)에서 발췌
 

탑승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첫번째 문제는 오색케이블카 설치 구간이 동해안과 인접한 설악산 정상부로 풍속이 25㎧를 쉽게 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경남 통영 한려수도조망 케이블카를 설계한 국내 케이블카 전문가인 이경건 한오삭도연구소 대표는 “설악산에 단선식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도 공사비가 2선식 케이블카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양양군이 단선식을 고집하고 환경부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케이블카를 땅에 고정하는 지주간 거리가 모두 500m 이상이며 800m를 넘는 구간도 있어 강풍 발생시 탈선하게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두번째는 산사태 우려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산지관리법과 자연공원법 등에 따라 산림청이 권고한 내용을 보면 케이블카의 지주 및 상부정류장은 “산사태위험지판정기준표상의 위험요인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지역”에 설치되어선 안된다. 그러나 현재 오색케이블카 구간에 대한 산사태 위험 평가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설악산 오색지구와 독주골 인근 그리고 끝청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 노선은 산사태가 잦은 지역이다. 8월초에도 오색지구 인근에선 60톤 규모의 낙석으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 설치를 할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재해예방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경우엔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민련의 이중적 행보에 비난 여론

여야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희귀동식물 서식처 등 주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나 자연유산 보존에 대한 고려 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그 추진에 동조했고 시민사회의 반발이 일었다.

미디어오늘은 양양군의 케이블카 설치 신청 한달 전인 올해 3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양양군에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지원 확약서’를 써 준 사실을 단독보도한 바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역 정가 인사들은 오색케이블카 추진에 밥숟가락을 얹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치적으로 선점하는 쪽이 내년 강원지역 총선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오색케이블카와 함께 설악산 정상부 관광호텔 및 인근 테마파크를 개발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고 이 자리엔 여야 정치인이 참석해 지지의 뜻을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당 지도부 역시 지난 7일 강원도청을 찾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강원도 3대 현안’으로 꼽으며 당론으로 채택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 부의장도 당초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설치 추진 중인 설악산 관광호텔과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철회하라”고 했다가, 20일 최문순 강원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강원도의 입장 등이 그렇다면 앞으로는 입을 다물고 있겠다”고 말했다고 강원도민일보는 보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석현, 은수미, 김영주, 이인영, 이석현, 우원식, 장하나, 한정애 의원 등은 25일 “사회적 갈등이 예견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환경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케이블카 설치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된 마당에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28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심의를 위한 국립공원위원회가 개최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