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사 입력기가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기자, 1명도 못봤다.”

하대환 코드메익스 대표의 말이다. 코드메익스는 주요언론사의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를 개발한 업체다. 한때 언론사별로 CMS를 개선하고 홈페이지 디자인을 바꾸는 게 ‘혁신’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같은 화려한 기술을 도입하는 일보다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대환 코드메익스 대표는 2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하 대표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자들은 CMS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 대표는 “생산자가 즐거워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녹취록으로 받은 음성을 기사 본문에 넣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여태까지 CMS를 수 십개 봤는데 음성파일을 등록하는 툴이 없다. 심지어 동영상 입력이 어려운 CMS도 수두룩하다”면서 “이러면 작업과정이 번거롭고 스트레스가 된다. 어떤 화려한 기술이 들어와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와 개발자가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이 문제다. 하 대표에 따르면 한 언론사 부장이 “우리도 스노우폴 같은 거 하나 만들어줘. 일주일이면 되지?”라고 물었다. 당연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 대표는 “요구가 불명확했다”면서 “기술을 통한 결과물은 요구와 문제가 명확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대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유행하는 화려한 기술보다 내부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술혁신보다 앞서 ‘소통’이 돼야 한다. 개발자는 기자의 기사 작성 과정을 알지 못하고, 기자는 개발자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 대표는 “서로의 작업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 누가와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못 만든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의사소통기술이다. 개발국과 편집국이 어떻게 소통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기술’도 중요한 요소다. 하 대표는 ‘더 그리드’라는 스타트업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더그리드는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웹사이트 만드는 서비스”라며 “정식 런칭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선결제 금액 96달러를 지불한 결제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더 그리드’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이고, 그 문제의식이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더 그리드는 현존하는 사이트빌더와 CMS가 여러분이 요구하는 걸 표현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점에 착안했다”면서 “인공지능이 알아서 콘텐츠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이미지 배치 바꾸고 색감 조절하고 글씨체와 글씨크기를 조정해 가장 목표한 바에 적절하게 바꾼다”고 말했다. 기사를 배치하는 것 역시 조정한다.

하 대표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기자들은 콘텐츠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미디어환경에서 콘텐츠는 기술이라는 연료로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기술을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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