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에 1.4킬로까지 접근하는 오색케이블카가 사회적 논란 속에서 28일 심의를 앞둔 가운데, 사업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 위원 전체 명단’을 미디어오늘이 단독입수했다. 이 사업은 경제성 검증 조작과 환경영향평가 축소·누락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 등 환경파괴 논란을 빚고 있지만 위원 구성에 비춰봤을 때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먼저 당연직인 국립공원위원회의 위원장은 정연만 환경부 차관이다. 그는 2009년 11월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으로 재직하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장본인이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논란이 한창이던 2010년 8월엔 한 TV토론 자리에 나와 “4대강 사업은 수자원확보 문제, 재난 대응, 수질 개선, 수생태 회복 등 복합적 사업”이라며 4대강 만능론을 펼쳤다. 정 차관은 또한 왜관철교 붕괴 당시인 2011년 8월 건설환경신문에 ‘4대강 살리기 사업 논란 끝내자’라는 기고를 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표 중 하나인 홍수피해 방지가 이번 장마를 계기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주장했다. 

   
▲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 위원 전체 명단
 

정연만 차관이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된 2013년 3월 13일 환경단체들은 “박 대통령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앞장서서 추진해온 정연만 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을 환경부 차관에 임명하였다”며 “이는 4대강사업을 검증하겠다는 시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인사이며, 현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도 있다.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환경부 내에선 이 사업이 환경부가 해야 할 역할과 배치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는데, 정 차관은 이같은 흐름과 달리 4대강 사업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보이며 언론 기고 등에 앞장섰던 인물로 꼽힌다. 

공원관리위원회 위원은 총 20명으로 정연만 차관을 포함한 10명은 공무원 신분인 정부 당연직이며 나머지 10명은 민간당연직 2명과 민간 위촉직 8명이다. 정부 위원들 가운데는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없으므로 나머지 10명이 사업 승인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런데 민간 위촉직 가운데 2인은 케이블카 건설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각종 연구용역에 자문위원 등으로 참석하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건설에 찬성입장을 보인 바 있어, 위촉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변우혁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2010년 조선일보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악 대청봉, 지리산, 북한산… 전국 20여곳 케이블카 신설’ 기사에서 “자연에 아무런 인공 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 이용하자는 발상은 이론적으로 타당할지 모르나 우리 현실에서는 이상론에 가깝다”면서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환경부 홈페이지에도 ‘케이블카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며, 정상 조망형 탐방문화의 대안’이라는 변 교수의 글이 실렸다. 

조규배 한국자연공원협회 회장도 개인 생각임을 전제로 국립공원내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입장을 드러내왔다.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월간 산’ 2010년 11월자에서 조규배 회장은 당시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탐방객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분산을 위한 대안으로 연구 중인 케이블카 개설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환경단체든 산악인이든 대안을 내놓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간 산’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산악인들을 대표해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조규배 서울시산악연맹 회장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조 회장의 처신에 대해 의아해하는 환경단체뿐 아니라 산악인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 7월 6일 한강 녹조 발생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정연만 환경부 차관. 사진제공=환경부
 

이렇게 10인의 정부당연직과 함께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2인의 민간 위촉직 위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28일 심의를 통과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는 심상정 의원실에 대한 회답을 통해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경제성 검증 보고서’는 경제성 분석보다 재무성 분석에 가깝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고, 재무성 분석의 관점에서도 법인세를 비용에서 누락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면서 경제성 부풀리기 문제를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도 “5개 보호지역(자연보전지구,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 등)에 케이블카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당성이 있어야 하지만 (케이블카 사업계획서가) 이러한 기여 수준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했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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