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기사를 작성하는데 0.3초면 된다. 컴퓨터 처리속도에 따라 훨씬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사실상 속도라는 것이 무의미해진 시대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미 ‘Automated Insight’라는 회사와 함께 AP통신, Forbes 등의 매체에서 로봇이 작성한 기사를 공급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로봇이 작성하는 기사를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로봇이 작성했다고 해서 로봇이 직접 타이핑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알고리즘을 통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고 로봇 저널리즘을 소개했다. 로봇 저널리즘의 장점은 재난 보도 등의 속보기사를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점으로 노스웨스턴 대학의 Stats Monkey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실제로 LA타임즈는 퀘이크봇(QuakeBot)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진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정보가 감지되면 바로 기사로 송고한다. 이 교수는 “만약 이 작업을 사람이 한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퀘이크봇은 감지하는 즉시 기사가 송고 될 수 있다”며 “데이터를 기반한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은 데이터를 기반한 저널리즘으로 최신 트렌드다. EveryBlock, Homicide Watch와 같이 데이터가 뉴스가 되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재사용하도록 하는 것과 위키리크스, 센서를 사용한 개인적 로그 데이터의 수집, 드론 저널리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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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기존 로봇 저널리즘이 영어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고 한국어를 이용한 로봇 저널리즘을 시도하고 있다. 이준환 교수 연구팀은 페이스북 ‘프로야구 뉴스로봇’이라는 페이지를 통해 알고리즘으로 작성한 프로야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페이지에는 2015년 프로야구 모든 경기를 분석해 뉴스 서비스로 공급하고 있다. 

   
▲ 이준환 교수팀이 제공하고 있는 프로야구 뉴스로봇(페이스북 화면)의 모습.
 

프로야구 기사가 작성되는 과정을 보자. 포털에서 문자중계를 데이터로 활용해 이벤트를 추출한다. 1회에 누가 안타를 쳤는지 등을 이벤트로 볼 수 있다. 이 중 중요한 이벤트를 추출한다. 기사 거리가 될 만한 내용이다. 이후 무드를 판단하게 된다. 기사의 방향, 소위 ‘야마’를 잡는 일이다. 무드가 판단되면 바로 기사가 작성된다. 

이 교수는 “예전에 블로터에서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 로봇이 작성한 기사를 섞어놓고 독자들에게 판단해보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 사실상 이 둘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경제 기사와 같이 정형화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분야는 모두 알고리즘을 통해 기사 작성이 가능하다.  

또한 로봇이 하나의 주제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독자에 맞춤형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산과 롯데의 야구경기에서 두산이 9회에 역전해 승리했다면 두산 팬에게는 두산의 승리소식에 초점을 맞추고 롯데 팬들에게는 8회까지 이기고 있었던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이 교수는 “개인적인 취향과 감성에 맞춰 편향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데 이는 왜곡된 정보와는 다르다”며 “감성을 고려한 기사”라고 말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양방향적 정보 전달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동생과 야구 경기에 대해서 대화하면서 야구경기가 있었다면 누가 이겼는지, 투수는 누구였는지, 어떻게 이겼는지 자세하게 물어보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한 정보 전달도 로봇 저널리즘의 가능성”이라고 전망했다. 

   
▲ 로봇저널리즘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운데)와 HCI+D LAB 김동환 박사과정, 오종환 박사과정의 모습. 이들의 뒷편으로 로봇이 작성한 기사가 모니터에 나와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다만 로봇 저널리즘에도 한계가 있다. 신뢰성의 문제다. 알고리즘은 설계자가 미리 규칙을 설정해놓는 것인데 알고리즘을 편향되게 조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알고리즘이 얼마나 공정하게 설계됐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자들이 작성하는 기사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동시에 언론활동 수행의 자유도도 떨어지고 있다”며 “만약 로봇 저널리즘이 단순 업무 부담을 해방할 수 있다면 기자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여유 시간으로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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