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교의 교수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거의 상습적으로 출마하면서 학생들을 동원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른 대학교에서 교수가 시장에 출마했다.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교내 학생식당에서조차 후보교수는 띠를 두르고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눈웃음을 팔았다.

대통령 선거때는 당시 이명박 후보가 중앙대 총장을 선대위원장급으로 공식 임명장을 주는 바람에 대학 내분으로 이어졌다. 교수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학생들은 시위에 나서는 등 대학교가 선거바람에 휩쓸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연출했다. 그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특혜를 받았다고 해서 2015년 결국 사법처리되는 비운을 맞았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정당이 바빠지는 것처럼 일부 대학의 ‘폴리페서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대학캠퍼스를 선거판으로 변질시키면서 대학생들을 표밭으로 보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대학이 선거에 휘둘리지않으며 학생들의 면학분위기 조성에 힘써줄 것을 요구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인제대학교(총장 차인준)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5년 개교이래 처음으로 대학의 교수, 직원 등이 총선, 지방선거 등에 출마할 경우 의무적으로 1년 휴직을 해야 한다는 인사 규정을 신설했다.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논란거리인 폴리페서들의 참정권 제한이라는 의미있는 파격적 조치를 취했지만 주요 언론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등 유명대학들도 폴리페서들의 천국으로 활동하지만 이런 사회가 요구하는 조치를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인제대는 "최근 '교원 인사 규정' 가운데 제24조 '교원 복무' 조항을 개정하며, “'교원이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할 때에는 학기 개시 전에 휴직함을 원칙으로 한다. 휴직 기간은 1년으로 한다”라는 내용의 2항을 신설한 것이다.

사표제출도 아니고 1년 휴직을 내세웠지만 일부에서는 ‘교수의 참정권 제한’이라고 반발한다. 대학 본연의 교육과 연구라는 목표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 교수들의 참정권 제한을 법논리로 반대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인제대가 '선거 출마 시 휴직' 조항을 인사 규정에 신설한 것은 지난해 6·4지방선거 때의 불협화음 때문이다. 당시 인제대에서는 원종하·이만기·조현 교수가 나란히 김해시장 선거 새누리당 경선에 나서는 바람에 같은 대학 교수끼리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졌다.”라면서 “3명의 교수는 휴직을 하지 않은 채 선거 운동에 나섰지만 모두 경선에서 탈락했다. 당시 학교 안팎에서는 한 대학에서 무려 3명의 교수가 선거에 나선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배경을 보도했다.

어찌 지난해 지방선거 뿐이었겠는가. 그 전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선거철만 되면 인제대학교는 교수들의 출마가 그치지않았다. 학교앞에 선거사무실을 열고 동료교수를 끌어들이고 강의실을 자신의 선거유세장으로 만드는 행위는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폴리페서들의 준동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현재, 미래의 문제로 대학을 뒤흔들 수 있는 현안이다. 인제대학교에서 시도하는 작은 움직임이 폴리페서들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전국 공사립 대학교의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양손에 떡을 쥐고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않은 인간의 욕망을 교수들조차 법 타령하며 제어하지못한다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떨어지면 다시 교수직으로 돌아가는 안전판을 마련해둔 폴리페서들은 선거판에 나서도 성공하기 힘들다. 절박함이 없어 힘을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표를 제출하라는 것도 아니고 1년 휴직을 하라는 것조차 너무 관대하지않는가. 강의도 하면서 선거운동도 하겠다는 폴리페서들의 심보는 자신외는 아무도 그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보라. 그는 상원의원에 진출하기전에 시카고 대학에서 헌범을 가르친 교수였다. 그가 휴직했던가. 참정권 운운하며 캠퍼스를 선거판으로 몰고 갔던가. 아니다. 그는 의원직에 도전하기전 아예 대학교에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 한국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대학에 휴직상태로 교수직을 유지하는 폴리페서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거철만 되면 수백명의 폴리페서들이 정당과 캠퍼스를 넘나든다. 출마가 직업이 된 교수들을 만나야 하는 학생들의 당혹감과 참담함을 학교가 보호하는 것은 법 논리이전에 당위다. 축구 유니폼을 입었다면 강의실이 아닌 그라운드로 가야 한다. 유권자들의 함성이 그립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