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북한 대남 도발 의혹과 관련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수사를 통한 형사처벌과 함께 해당 글을 즉시 삭제하는 행정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경찰이 유죄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정부 비판성 글들까지도 무더기로 방통심의위를 통해 삭제 조치하고 있어, 국가기관의 사이버 검열과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24일 북한 포격 도발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한 1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3건은 내사 중이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검거된 김아무개(23)씨는 지난 20일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국방부 전쟁임박 시 만 21~33세 전역 남성 소집 안내. 생필품 소지 후 홈페이지에서 소집 장소 확인 요망’이라는 허위 내용을 작성·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휴전선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남한인 1명, 북한인 190명이 사망했다’는 글 등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도 게시자 확인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행법상 허위사실 유포만으로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일명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게시글 즉시 삭제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 방통심의위에 ‘허위의 사실’이라고 판단한 게시글 11건 중 5건에 대해 심의를 요청해 4건을 삭제토록 했다. 나머지 6건은 게시자가 자진 삭제하거나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가 임시조치(비공개 조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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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역시 경찰청으로부터 요청받은 게시글 5건뿐만 아니라 휴일인 지난 23일과 24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북한 대남 도발 조작설 관련 게시글 32건을 심의하고 시정요구(삭제 또는 접속차단)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는 “해당 게시글들은 명백히 허위에 해당하거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의 정보”라며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의위는 “남북의 준전시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사실과 동떨어진 북한 대남 도발 관련 조작·음모설 등 괴담성 정보가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긴급히 심의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추가적으로 신속히 심의를 추진하고,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지속적으로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심의위는 통신심의 규정에 따라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아주 예외적으로 당사자 의견진술 기회 없이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법원에서는 이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 당사자 의견진술 절차 없이 심의위가 임의로 다수의 게시글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번에 심의위가 삭제 조치한 글 중 미디어오늘이 게시물 작성자를 통해 입수한 글을 보면 주로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 새누리당 등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정권 비호를 위한 경찰 수사와 심의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와 관련한 유언비어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이 심의위에 삭제 요청한 글 대부분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 등 정부 비판적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 : 메르스 괴담 수사한다더니 대통령 비판에 집중

손지원 고려대 인터넷투명성보고팀 변호사는 “헌재에선 명백히 불법정보에 대해서만 인터넷상 허위정보를 규제토록 하고 있는데 사실상 경찰청은 국가기관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고 심의위는 삭제 집행을 하고 있다”며 “국가기관에서 생각하는 허위사실과 유언비어 기준으로 사회적 혼란 야기 조항을 적용하다 보면 정부 비판과 의혹 제기를 막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전국의 법률가 205인은 최근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도 발표했다. (관련 기사 : 산케이 유죄 받으면 박근혜 7시간 의혹, 모두 심의대상)

이들은 “명예훼손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로서 법적으로도 성부가 명확한 개념이 아님에도, 사법기관도 아닌 심의위가 명예훼손 정보를 심의하는 것 자체도 위법·위헌적 소지는 다분하다”며 “당사자 의사와 무관한 제3자 신청 혹은 직권으로 명예훼손 글에 대한 심의를 개시하도록 한다면 오히려 개인의 인격권, 자기결정권 등을 더욱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방통심의위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전국 법률가 선언 전문이다.  

방심위의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에 반대하며, 개정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 방심위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전국 법률가 선언 -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청 또는 방심위의 직권에 의해서 인터넷상 명예훼손 게시물을 삭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개정은 명예훼손 피해가 있는지 여부조차 불확실한 게시물들까지 심의대상이 되게 하고,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및 정치적·경제적 권력층에 대한 인터넷상 비판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남용될 위험이 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를 불러올 것이 명백하다.

방심위 측은‘명예훼손 등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는 현행 심의규정이, 형사법상 명예훼손죄 및 정보통신망법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 규정상 명예훼손 정보가 ‘반의사불벌’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과 충돌하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죄와 형벌을 규율하는 형사법과 방심위의 통신심의를 규율하는 행정법은 그 목적, 주체, 효과가 전혀 다른 법체계로서, 형사절차상 소추조건인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개념이 방심위의 통신심의 제도에 대입될 수 없으며, 법체계상 충돌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정보통신망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도 방심위의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제도와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독립된 별개의 기관이며, 방심위의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의 근거법률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호, 제4호로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방통위의 제재조치)이 방심위 통신심의 제도의 모법이라거나 상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방통위 제재조치 역시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해당 정보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 곧 반드시 형사절차상 ‘반의사불벌’ 개념과 같은 형식으로 운영하라는 것이거나 친고에 의한 심의 개시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고, 결과적으로 피해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제재조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현행 심의규정이 명예훼손 정보의 경우 당사자 측의 신청으로 심의를 개시하고 있도록 규정한 것은, 형사절차와 달리 행정행위로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통신심의 절차상, 해당 사실이 제3자의 신청 등으로 피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되는 때에는 피해 당사자에게 또 다른 사회적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을 개정하여 당사자 의사와 무관히 제3자 신청 혹은 직권으로 명예훼손 글에 대한 심의를 개시하도록 한다면 오히려 개인의 인격권, 자기결정권 등을 더욱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현행 형사법상의 명예훼손죄 역시 친고죄로 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명예훼손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명예훼손과 같은 불명확하고 사적인 문제에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처벌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제약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형사 비범죄화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명예훼손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로서 법적으로도 성부가 명확한 개념이 아님에도, 사법기관도 아니고 법률전문가로도 구성되지 않은 방심위가 명예훼손 정보를 심의하는 것 자체에도 위법적, 위헌적 소지는 다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아가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도 없이 심의 신청을 남발하게 되는 경우 수사권도 없는 방심위가 명예훼손 성부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방심위가 이러한 폐단을 고려하지 않고 추세에 역행하면서까지 무리한 법해석을 주장하며 본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순수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글을 제3자가 심의 신청하거나 직권으로 심의를 개시할 개연성은 매우 낮다. 결국 이번 개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자발적이고 막강한 지지・비호 세력을 가진 공인, 즉 대통령 등 정치인, 연예인, 종교지도자, 기업 대표 등이며, 이들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판 여론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수단으로 통신심의제도가 남용될 위험은 매우 크다. 이들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임에도, 이러한 표현들에 대한 행정기관의 검열 가능성과 권한을 넓히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들을 엄청나게 퇴보시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번 심의규정 개정 시도는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임을 선언하며, 이러한 개정 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앞으로 방심위의 통신심의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계속적인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끝>

2015년 8월 24일 

강경선(방송통신대), 강미로(변호사), 강민정(변호사), 강성태(한양대), 강성헌(변호사), 강지은(변호사), 고영남(인제대), 고지운(변호사), 곽경란(변호사), 구관희(변호사), 길기관(변호사), 김가연(변호사), 김경진(변호사), 김광수(서강대), 김기식(변호사), 김기중(변호사), 김기진(경상대), 김남희(변호사), 김다섭(변호사),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도희(변호사), 김동현(변호사),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민정(한국외대), 김바올(변호사), 김보라미(변호사), 김상은(변호사), 김선광(원광대), 김선수(변호사), 김선휴(변호사), 김성경(변호사), 김성진(변호사), 김소리(변호사), 김수영(변호사), 김시은(서울대), 김양환(변호사), 김엘림(방송통신대), 김연주(변호사), 김예원(변호사), 김욱(서남대), 김은진(변호사), 김은진(원광대), 김인재(인하대), 김재완(방송통신대), 김재왕(변호사), 김정우(변호사), 김정윤(변호사), 김제완(고려대), 김종보(변호사), 김종서(배제대), 김종철(변호사), 김준현(변호사), 김지미(변호사), 김지현(변호사), 김지현(변호사), 김차연(변호사), 김창록(경북대), 김택수(변호사), 김학웅(변호사), 김현승(변호사), 김혜림(변호사), 김희성(강원대), 남준석(변호사), 남희섭(변리사), 노승휴(변호사), 류민희(변호사), 문병효(강원대), 문준영(부산대), 박경신(고려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상식(경상대), 박승룡(방송통신대), 박애란(변호사), 박인동(변호사), 박재승(변호사), 박주민(변호사), 박지현(인제대), 박지환(변호사), 박태현(강원대), 박홍규(영남대), 배영근(변호사), 백좌흠(경상대), 백주선(변호사), 서경석(인하대), 서보학(경희대), 서선영(변호사),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성기택(변호사), 소삼영(변호사), 손준호(변호사), 손지원(변호사), 송강직(동아대), 송기춘(전북대), 송기호(변호사), 송두환(변호사), 송문호(전북대), 송병춘(변호사), 송석윤(서울대), 송아람(변호사), 송오식(전남대), 송은희(변호사), 신수경(변호사), 신옥주(전북대), 신윤경(변호사), 신평(경북대), 신훈민(변호사), 심재환(변호사), 안진(전남대), 양규응(변호사), 엄순영(경상대), 염형국(변호사),오길영(신경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홍익대), 오상현(성균관대), 유정우(변호사), 윤애림(방송통신대), 윤영석(변호사), 윤영철(한남대), 이강혁(변호사),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동승(상지대), 이민종(변호사), 이상명(순천향대), 이상영(방송통신대), 이상희(변호사), 이승우(성균관대), 이원희(아주대), 이유진(변호사), 이은수(변호사), 이은희(충북대), 이인람(변호사), 이장미(변호사), 이재승(건국대), 이재정(변호사), 이정민(변호사), 이종희(변호사), 이종희(변호사), 이주언(변호사), 이주언(변호사), 이준형(한양대), 이지영(변호사), 이창수(변호사), 이헌욱(변호사), 이호중(서강대), 이흥용(건국대), 이희숙(변호사), 임미원(한양대), 임성호(변호사), 임자운(변호사), 임재홍(방송통신대), 임현진(변호사), 장덕조(서강대), 장덕천(변호사), 장영석(변호사), 장유식(변호사), 장주영(변호사), 전윤구(경기대), 전종익(서울대), 정경수(숙명여대), 정남순(변호사), 정민영(변호사), 정병덕(변호사), 정소연(변호사), 정영선(전북대), 정응기(충남대), 정지욱(변호사), 정찬모(인하대), 정태욱(인하대), 정한중(한국외대), 조경배(순천향대), 조국(서울대), 조병규(변호사), 조상균(전남대), 조승현(방송통신대), 조영관(변호사),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영남대), 조혜인(변호사), 차상익(변호사), 차성민(한남대), 최관호(순천대),최린아(변호사), 최영동(변호사), 최정학(방송통신대), 최종연(변호사),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하희봉(변호사), 한가람(변호사), 한경수(변호사), 한상혁(변호사), 한상희(건국대), 한웅(변호사), 한택근(변호사), 허준석(변호사), 황성기(한양대), 황필규(변호사), 황희석(변호사)(이상 20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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