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23일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북한 대남 도발 조작설 관련 게시글 13건을 심의하고 삭제와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그러나 공적 사안에 대해 국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통신심의제도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시정요구를 받은 게시글 내용은 아래와 같다. △북한 병사들이 목함지뢰를 심고 갔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짜고 친 자작극 △2015년 8월 21일 9시경 군사 작전권을 미국이 가져갔다 △국정원해킹의혹 충격을 상쇄시킬 아이템이 필요했다 △북한군 포격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음모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해당 게시글들이 명백히 허위에 해당되거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의 정보로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제3호카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으로 한미연합사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도로에서 미군 차량이 기동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방통심의위는 “남북한 대치 상황이 극에 이르러 전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허위로 확인되었거나 사실과 동떨어진 개연성 없는 괴담성 정보가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은 국민들의 혼란과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긴급히 심의를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심의위의 이같은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과한 표현이라도 표현의 자유는 인정이 돼야 하고 그 다음에 사법 절차에 따라 불법성 여부를 판단해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해야 한다”며 “방통심의위는 스스로 독립기구라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꺼리는 정보를 신속하게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남북이 긴장 관계라는 특수성이 있지 않냐는 물음에도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면 음모론은 퍼질 수 없으며 설사 음모론이 있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 영역안에서 옳은 주장과 그릇된 주장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난다”며 “특정 주장을 삭제하거나 차단하게 되면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방통심의위에 대한 이 같은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통심의위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때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지난 6월 방통심의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는 미군 혹은 국정원의 작품일 수 있다는 내용의 인터넷 소설을 삭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일부 심의위원들은 “소설을 표방한 글일지라도 심각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으므로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정해 즉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을 주장한 인터넷 게시글을 같은 이유로 삭제됐다. 당시 이에 대해 인터넷 이용권리 단체인 오픈넷은 “행정기관이 국민의 공적 사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표현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라는 추상적 기준으로 함부로 규제하는 것은, 결국 국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통신심의제도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서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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