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방만경영 해소를 내세우며 공공기관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감축과 노조에 대한 기강 잡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방만경영의 첫번째 원인은 낙하산 인사다. 이들 낙하산 기관장들이 해당 공공기관에 대한 전문성은 없는 가운데 정권에 잘 보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무리한 치적쌓기에 조직을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3년 말 시작된 1차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완료되었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낙하산 기관장들은 많이 줄었을까? 지난 1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340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현직 기관장 및 감사 689명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직 기관장과 감사 중 낙하산 인사는 무려 82%에 달했다. 자체 승진 케이스는 불과 18.1%에 불과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방지법’(개정 공직자윤리법)까지 구호는 요란했지만, 관피아 기관장 및 관피아 감사 비율은 각각 35.6%와 28.9%였다. 관피아 감사 가운데는 청와대를 비롯한 비직속 주무부처 출신이 가장 많은 70.5%를 차지했다. 공공기간 기관장과 감사 자리가 여전히 정권 창출의 떡고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 ‘선피아’(박근혜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출신) 논란에 휩싸인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취임식 @연합뉴스
 

그렇다면 공공기관 정상화의 명분이었던 방만경영 문제는 해소되었을까? 비금융 공공기관들의 금융부채가 2013년말 대비 3조 3천억 감소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LH를 비롯한 일부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는 오히려 증가했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충남 당진)은 지난 19일 ‘2014회계연도 결산’ 예결위 종합질의에서 17개 비금융 공공기관 중 12개 비금융 공공기관의 부채가 6조3134억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7개 기관의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거나 마이너스로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채가 감소한 5개 기관, 즉 LH 철도공사 지역난방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부채 감소도 그 대부분이 민영화와 자산매각에 의한 것이었다. 다시말해 ‘정상화‘가 아니라 국민의 자산과 알짜배기 사업을 사기업에 넘기는 방식으로 부채를 감축한 것이다.

순직자 자녀 장학금까지 금지, 몰인정한 복리후생 축소

방만경영 해소를 명분으로 마련된 일괄적인 가이드라인 역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기획재정부의 운용지침을 보면 업무상 순직자의 유족에 대한 장제비나 장학금 지급마저 금지하고 있다. 즉 “업무상 순직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유족 보상 외에 별도의 추가적인 유족 보상금과 장제비 등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 “공상퇴직 및 순직직원 자녀에 대한 학자금, 장학금 등은 예산으로 지원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2013년 말 언론에 회자된 ‘고용 세습’이란 말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여론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중선동’을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운용지침에 보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라도 “이유를 불문하고 직원가족을 특별채용하는 것은 일체 금지한다”거나 유가족에 대해서도 “채용시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이와 유사한 우대 제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던 2013년 말 당시 철도노조를 겨냥해 “한 번 입사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직원 자녀에게 고용이 세습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순직자 자녀 채용제도는, 철도가 1945년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매년 40명에 이르는 직무상 사망자가 발생한 위험사업장이라는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이같은 순직자 자녀 채용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고용세습’이란 주장은 사실과도 다르다. 이미 사라진 제도이긴 하지만, 당시의 사회통념에 비춰봐도 한날한시에 사망한 ‘가장’을 대신해 경제활동능력이 있는 자식을 대신 채용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이었을까? 

직원들 복리후생비 줄이고 기관장들은 성과급 잔치

   
▲ 2014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기관장 보수 산정 당시 ‘미흡’ 평가 기관 및 취임 6개월 미만 기간장들의 기본연봉 및 성과연봉. 2014년 6월 20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임시이사회 의결사항 ‘2014년도 기관장 보수(안)’ 에서 발췌.
 

공공기관의 낙하산 기관장들이 앞다퉈 정권 눈치보기에 골몰하는 것과 동시에,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가 수행되면 기관장은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일례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국책연구소 기관장들은 지난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이행여부를 주되게 반영한 경영평가에 근거해 연봉의 5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2014년도 기관장 보수(안)’을 보면 각 기관장들은 기본연봉이 1.7% 인상된 것과 아울러 최고 5천만원의 성과연봉이 지급된 것으로 나온다. 이 때 적용된 평가 등급은 매우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이며 평가결과가 ‘미흡’인 경우에도 2,750만원의 성과연봉이 지급됐다.

이들 연구회 산하 기관장들은 전년도 평균 8,376.4만원의 기본연봉과 2천만원 이상의 직책수당을 지급받아 성과연봉이 없더라도 지급액이 평균 1억원을 넘고 있다. 이는 수천만원의 업추비 혹은 판공비, 법인카드 사용액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하나의 사례일 뿐 기관장의 성과급이 경영평가에 따라 지급되는 것은 현재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마찬가지다. 순직자 자녀 장학금까지 금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평균 50% 삭감하는 ‘공공부문 정상화 방안’의 추진 실적에 근거해, 기관장들에게 수천만원의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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