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전성시대에 시청률 지상주의가 겹치면서 방송사들의 천박한 제작행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지상파의 지리멸렬이 겹치면서 방송계는 연예, 시사, 오락 등 전분야에서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진행되는 현실이다.

음주운전, 성폭행범, 폭력범 등 파렴치범은 물론, 학력위조와 사기, 불륜 등으로 우리사회를 뒤흔든 신정아까지 방송진행자로 스카웃하기 위해 혈안이 된 곳이 오늘날 우리나라 방송사들이다. 소위 ‘노이즈 마켓팅’으로 일단 주목을 받게 되면 방송사들은 쉽게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혼이 있는 시청자로 국민을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도 봐주는 미디어 소품 정도로 취급하는 셈이다.

전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강용석의 경우에서 천박한 방송사들의 제작 경영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아나운서 폄하발언과 거짓논란’으로 국회의원에 낙마하고 사실상 정치계로부터 퇴출됐다. 그러나 그를 다시 불러내 국민앞에 세워 이미지를 변신시키며 대중스타로 만든 것은 방송사들이었다, 이를 두고 ‘미디어 오늘’은 “정치인생 끝났던 강용석 키운 건 팔할이 '방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론은 고등학생이 된 강용석이 하루 만에 중국어를 정복했다며 하버드대 출신을 강조했고, 그가 토론을 잘한다고 치켜세웠다.”고 언론이 미화한 내용을 지적했다.

오늘날 마술상자로 불리는 TV는 하루아침에 영웅을 역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 과정에 어떤 검증작업 혹은 필요한 고민이 있으며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는가 여부다.

2010년 7월 대학생과 식사자리에서 그는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선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정도가 아니었다. 아나운서협회는 그를 모욕죄로 고발했을 정도였다. 법원은 그에게 무고 혐의만 유죄로 판단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지만 아나운서들이 느껴야했던 수치와 불명예는 치유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그에게 좀 더 자숙하며 인간을 배울 겸손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TV PD들은 소위 ‘논란거리’를 몰고다니는 인간을 찾아 방송사 출연을 시도했다. 강용석은 2011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집착남’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후 그는 방송사들의 경쟁적인 출연섭외로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그의 얼굴이 등장할 정도로 잘 팔리는 대중스타로 변신했다. 2015년 8월 유부녀와 불륜의혹이라는 수치스런 사건으로 방송하차를 선언하기까지 그가 고정출연한 프로그램은 네 군데였다.

<썰전>(JTBC), <강적들>(TV조선), <연예토크 호박씨>(TV조선), <강용석의 고소한19>(tvN)다. tvN으로 출발하여 JTBC, TV조선 등 종편은 그에게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그가 방송사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 그것은 그와 방송사가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치권 복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그에게 시사, 예능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곧 불공정 경쟁을 의미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아는 사람은 친구, 모르는 사람은 적’이라는 배타적 문화가 지배적 사회에서 정치 인사를 시청률 확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메인 프로그램을 맡기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방송 여기저기 출연하여 높은 인지도를 내세워 각종 선거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방송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떨어지면 방송사에 와서 얼굴을 디밀고 때가 되면 다시 출마하는 이런 인사들에 대해 방송사들은 공정경쟁 혹은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하지않을까.

더구나 강용석의 경우 사안 자체가 유부녀와의 불륜이라는 반사회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디스패치’의 불륜 스캔들 관련보도에 사진조작 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10년에도, 강용석 당시 국회의원은 아나운서 비하발언을 보도했던 중앙일보를 상대로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가 소송을 쉽게 제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큰 사회적 논란이 장기간 심화되는데도 방송사들은 그에게 즉각 방송출연 중단조치를 취하지않았다.

네티즌들의 반발, 언론의 문제제기 등이 잇따르자 tvN이 뒤늦게 강용석의 방송폐지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나머지 방송사들은 그가 스스로 하차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끝까지 무책임한 방송사로 지탄받는데 주저하지않는 모습이다. 교수나 교사, 공무원들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만 되도 진위와 무관하게 ‘직위해제’부터 시키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는데 방송사들은 이런 사회적 움직임을 알고나 있을까.

문제는 앞으로다.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결말나든, 그 진위가 무엇이든 그를 영웅으로 만든 방송사들은 1년이 지나지않아 ‘자숙이 끝났다’고 판단하며 다시 시청자앞에 웃음을 팔려고 할 것이라는 현실이다.

무면허 음주운전, 성추행범, 성매매범 등 각종 파렴치 사건의 주역들이 다시 방송사에 등장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떠드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지않은가. 물론 그들에게 영구 방송사 퇴출을 명하라는 것은 아니다. 방송출연 중단 조치를 취했을 때는 그런 분명한 이유가 있듯이 방송을 다시 맡기기 위해서는 명분이나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방송사 간부, PD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은 너무 거창한 일인가? 방송윤리강령은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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