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까지 강용석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이 고정출연했던 프로그램은 <썰전>(JTBC), <강적들>(TV조선), <연예토크 호박씨>(TV조선), <강용석의 고소한19>(tvN)다. 연예인 부럽지 않다. 2010년 7월 대학생과 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선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정치인생이 끝났을 때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성공’이다. 

아나운서협회는 그를 모욕죄로 고발했다. 강 전 의원은 무고 혐의만 유죄로 판단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나운서 비하발언과 고소남발로 그는 비호감 정치인이 됐고, 한나라당에서도 그를 외면했다. 그는 2012년 총선에서 초라하게 낙마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가 변호사의 품의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과태로 10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기사회생했다. 

그를 살린 건 미디어였다. 강용석은 2011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집착남’으로 등장했고, 2012년 Mnet <슈퍼스타K4> 서울 예선전에 등장하기도 했다. tvN 에 출연해서는 스스로 망가지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2012년 10월에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이 걸린 프로그램, <강용석의 고소한19>(tvN) 진행자로 발탁됐다. 그의 ‘이미지 변신’은 그렇게 시작됐다. 

2013년에는 JTBC <썰전>에 출연하며 자신의 전문분야를 마음껏 드러냈다. 방송가에 입담 좋고 예능감 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등장은 호감‧비호감을 떠나 이례적이었다. 그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대비되며 보수를 자임하며 논란이 되는 이슈를 피하지 않았고, 때론 정부 비판 발언을 했다. ‘2NE1’ 멤버 박봄의 입건유예 논란 당시에는 “봐주기 수사가 분명하다”며 할 말은 했다. 

 

   
▲ JTBC ‘썰전’ 갈무리.
 

지상파를 추격하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은 강용석의 비호감과 논란이력을 상품으로 활용했다. <썰전>의 경우 김구라와의 ‘케미’가 성공적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김구라와 강용석이 시너지를 이뤘던 가장 큰 이유는 김구라 특유의 독설이 비호감 이미지의 상대방에게 쏟아졌을 때 양자에게 모두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라의 독설은 시원하게 느껴지고, 강용석은 저격수가 아닌 당하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용석은 영리했다. 자신이 처했던 논란을 예능소재로 넘기며 당당함을 얻었다. 종편‧케이블의 노이즈마케팅 전략도 그의 방송능력과 결합되며 제대로 먹혔다. <유자식 상팔자>(JTBC)에선 가장으로서의 모습과 고민을 보여주며 중년층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확보했다. <크라임씬>(JTBC), <대학토론배틀>(tvN), <더 지니어스:블랙가넷>(tvN)에선 지적인 모습을 어필했다. <학교다녀오겠습니다>(JTBC)에선 10대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재미를 선사했다. 

언론은 고등학생이 된 강용석이 하루 만에 중국어를 정복했다며 하버드대 출신을 강조했고, 그가 토론을 잘한다고 치켜세웠다. 강용석은 tvN→JTBC→TV조선으로 점차 출연방송사를 확대하며 연예토크프로그램 진행까지 맡게 됐다. 요리예능프로그램 <수요미식회>(tvN)에서까지 그가 등장했다. 강용석은 쉴 새 없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대중성을 확보했고, 부정적 정치인의 이미지는 희석됐다.

대중의 시선은 복잡했다. 특히 틈만 나면 정치권에 복귀할 의사를 밝히는 대목에서 그랬다. ‘방송인’ 강용석은 뛰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인’으로서 재기를 노리는 방송인 강용석의 모습은 어딘가 불편했다. 복잡한 시선 속에서도 강용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끝없이 방송에 출연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증식했다. 

그리고, 강용석은 지금 방송인으로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강용석은 ‘디스패치’의 불륜 스캔들 관련보도에 사진조작 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010년에도, 강용석 당시 국회의원은 아나운서 비하발언을 보도했던 중앙일보를 상대로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 바 있다. 2015년 오늘, 그는 자신의 방송생명을 걸고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 모습에 묘한 기시감이 든다. 

강용석을 방송인으로 만들어준 tvN이 18일 <강용석의 고소한19> 폐지 소식을 보도 자료로 뿌렸다. 그의 상품성이 다 했다는 의미다. 오늘의 강용석을 있게 한 <썰전>의 경우도 19일 현재 제작진이 ‘강용석 하차’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V조선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지와 여론에 민감한 미디어는 언제든 그를 내칠 준비가 되어있었다. 스캔들의 결말에 주목하고 있는 대중은 비호감 정치인을 유명 방송인으로 탈바꿈시켰던 미디어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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